엘런 존슨 설리프(72ㆍ사진) 라이베리아 대통령이 8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불만족스런 승리를 거뒀다.
워싱턴포스트는 “설리프가 재선에 성공했으나 야당인 민주변화회의(CDC)의 윈스턴 툽먼(70) 후보와의 갈등, 저조한 투표율 등으로 인해 향후 정국이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설리프의 개운치 않은 승리는 1차 투표에서 2위를 차지한 툽먼이 “설리프가 1차 투표결과를 유리하게 조작했다”며 결선 불참을 선언하면서 비롯됐다. 툽먼 측은 또 “정부군이 나의 지지세력을 억압했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결선투표를 하루 전인 7일 수도 몬로비아에서는 시위대와 정부군의 충돌로 1명이 숨지는 등 유혈사태가 발생했고, 여론도 정부에 부정적으로 흘렀다. 유엔군이 치안 강화를 명분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장한 것도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리타 퀵베이는 “투표를 하러 오긴 했지만, 국민이 죽는 것을 보는 것은 결코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라며 “내전이 재발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정부의 신뢰도는 추락했다”고 말했다.
이날 툽먼의 불참으로 설리프의 승리가 사실상 결정되자 투표율은 크게 떨어졌다. 설리프는 지난달 1차투표에서 44%를 얻었지만 이번에는 25%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투표소는 유권자가 오지 않자 오후 6시가 투표 마감시간임에도 일찌감치 문을 닫기도 했다.
라이베리아는 1989~2003년 10여년간 내전으로 25만여명이 숨지는 등 아프리카에서 가장 길고 끔찍한 내전을 겪었다. 설리프 대통령은 2005년 대선에서 승리해 아프리카 첫 여성 대통령이 됐으며, 올해 내전 종식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공동수상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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