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동안 떨어졌던 사법시험을 군에 와서 단번에 붙었어요.”
육군 상병이 사시 2차에 합격했다. 밖에서 줄곧 사시공부를 하다가 입대 직후 2차시험에 붙는 이등병은 종종 있었지만, 군 생활한 지 1년이 넘은 상병이 합격한 것은 전례가 없다.
강원 원주에 있는 육군 36사단 진수일(29) 상병은 지난해 6월 사시 2차시험을 치르고 그해 7월 입대했다. 고려대 수학과 02학번으로, 졸업 한 학기를 남겨둔 상황이었다.
입대 한 달 뒤에 발표된 결과는 불합격. 2004년부터 시험준비를 시작해 2차에서만 세 번 떨어졌다.
진 상병은 9일 “사실 그 시험엔 꼭 붙을 줄 알았다”며 “상실감도 컸고, 밖에서는 하루 종일 공부해도 떨어졌기에 군 생활을 시작하며 무척 쫓기는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입대는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본부근무대 행정병으로 배치돼 공문과 기록물, 도서관까지 관리하며 잔무가 많았지만 이를 악물고 자투리 시간과 야간 점호 후의 짬을 이용해 다시 공부에 매달렸다. 주말에는 11시간 이상 책상을 떠나지 않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공부 못지 않게 군 생활에도 충실했다. 체격은 컸지만 오랜 고시 준비로 약골이었던 진 상병은 당당히 특급전사 중 가장 높은 단계인 ‘금장’에 뽑혔다. 사격 20발 중 18발 이상 명중하고, 팔굽혀펴기 72개, 윗몸일으키기 82개, 3㎞달리기를 12분30초 안에 들어와야 합격할 수 있는 군인 최고의 영예다.
진 상병은 “군 생활은 제게 스승이고 은혜이며 축복”이라면서 “목표가 비슷한 다른 병사들의 공부를 도와주면서 군 복무를 모범적으로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진 상병은 17일 3차 면접을 치른다. 최종 합격하면 내년 4월 전역 후 2013년 사법연수원에 들어간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