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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본사·계열사 13시간 넘게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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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본사·계열사 13시간 넘게 압수수색

입력
2011.11.0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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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8일 SK그룹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 한 이유로 최태원 회장이 회사 돈을 횡령, 선물투자에 사용한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재벌 오너가 무분별한 선물투자로 거액의 손실을 봤고, 그 과정에서 회사 돈이 동원됐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겉으로는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처럼 보이지만 검찰은 재계서열 3위의 대기업 회장을 상대하는 점을 의식해 이미 여섯 달 가까이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진행했다. 의혹만 갖고 섣불리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허탕으로 끝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비록 기각되기는 했지만 검찰이 최 회장 자택까지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것은 최 회장을 정조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압수수색의 성과 여부에 상관없이 검찰이 이미 최 회장을 사법 처리할 정도의 자료를 확보했을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SK 같은 굴지의 기업을 상대하려면 완벽한 내사가 필요하다. 압수수색은 수사의 시작이 아니라 마무리 수순"이라는 수사팀 관계자의 말도 이를 뒷받침한다. SK그룹은 "계열사 투자금을 최 회장이 유용하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이 "한 달 안에 수사를 끝내는 게 목표"라며 자신감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검찰이 파악한 최 회장의 선물투자 과정은 다소 복잡하다. SK텔레콤과 SK C&C가 창업투자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출자한 500여억원이 2008년 10월 김준홍(46) 베넥스 대표의 차명계좌를 거쳐 무속인 김원홍(50)씨 계좌로 흘러 들어가 최 회장의 선물투자에 사용됐다는 것이다. SK 계열사 자금이 돈 세탁을 거쳐 불법적으로 오너의 개인 선물투자에 투입됐다는 게 검찰이 바라보는 수사 골격이다. SK가스 등 계열사 자금 500여억원이 한 달 뒤 베넥스 계좌로 다시 투입된 것도 횡령 사실을 숨기기 위한 조치로 검찰은 보고 있다. 2006년 10월 설립된 베넥스는 18개 SK계열사가 2,800억원이나 투자해 SK그룹의 위장계열사라는 의심을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최 회장이 베넥스 자금을 자신의 선물투자에 동원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면 사법처리를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선물옵션 상품에 5,000억원 가량을 투자했으며 손실액은 당초 알려진 1,000억원보다 많은 3,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선물투자로 최 회장이 손실을 본 부분은 검찰의 수사대상이 아니다. SK그룹 주장대로 최 회장이 개인 돈으로 선물투자를 했다면 손실을 보건 이득을 보건 개인이 책임질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 돈이 최 회장의 개인 선물투자에 이용됐다면 횡령 혐의가 적용될 수 있어 상황이 달라진다. 검찰 관계자도 "최 회장이 돈을 어디에 썼는지는 관심 대상이 아니다"고 밝혀 입구 즉 자금의 출처가 수사 초점임을 명확히 했다.

더욱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검사 전원이 현장에서 압수수색을 지휘하는 등 총력전으로 임하고 있어 수사의 촉수가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전망도 있다. 검찰은 오전6시30분부터 시작된 압수수색이 13시간 넘게 이어질 정도로 증거수집에 공을 들였다. 압수수색이 이처럼 장시간 진행된 점을 감안하면 검찰이 당초 구상했던 범주를 벗어나 예상 밖의 성과물이 나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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