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서울시의 주택공급 방식이 현행 '후분양'에서 '선분양'으로 바뀐다.
8일 서울시와 SH공사에 따르면 시는 SH공사가 주택 공정의 80% 가량을 지은 뒤 분양하는 현행 후분양 방식을, 민간 사업자처럼 먼저 분양한 뒤 짓는 선분양 방식으로 바꾸는 검토에 들어갔다.
시 고위 관계자는 이날 "후분양 방식의 경우 착공 뒤 투자금을 회수할 때까지 평균 2년여가 걸려 SH공사 부채 증가의 주 원인이 됐다"며 "이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선분양으로 자금 회수 시기를 앞당기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3년 내에 7조원의 서울시 부채를 탕감하겠다는 박원순 시장의 부채탕감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시는 분양 시점을 공정률 80%선에서 40% 내외로 앞당겨 철거비, 공사비, 이주비 등의 투자원금 회수 시점을 2배 이상 당기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따라 시의 주택공급 투자비 회수 기간이 평균 2년에서 1년으로 절반 가량 단축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유민근 SH공사 사장은 "내년부터 선투자 선분양 방식 도입을 검토 중"이라며 "SH공사의 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이 방법 외에는 부채를 줄일 다른 방법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선분양 방식이 처음 적용될 지역은 위례신도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위례신도시는 LH와 SH공사가 7대 3으로 분양하는데 LH는 이미 선분양을 하기로 해 SH공사가 마음만 먹으면 선분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SH공사가 단독으로 선분양하게 될 첫 단지는 2014년 완공 예정인 마곡신도시가 될 전망이다.
SH공사 관계자는 "2014년까지 2만호 공급을 계획하고 있는 임대주택과 내곡ㆍ세곡2지구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에 따르면 SH공사가 박 시장의 지시대로 3년 내 7조원 가량의 부채를 줄이려면 1년에 2조원 이상의 부채를 탕감해야 한다. 하지만 금융차입금의 만기도래 시기에 차이가 있어 내년 탕감 목표는 1조원 내외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시의 부채 25조원 중 16조원이 SH공사의 부채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팀장은 "은평뉴타운 등의 사례로 비춰볼 때 불황기에 후분양 방식은 목돈이 한꺼번에 들어 오히려 분양율을 떨어뜨리고, 분양가는 올리는 부작용을 낳았다"며 "SH공사의 부채는 결국 시민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이를 털고 가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SH공사의 채무를 줄이기 위해 시민들에게 부담을 떠 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선분양으로 전환할 경우 SH공사가 담당했던 초기 공사 및 토지 비용을 시민들이 대신 부담해야 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