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인터넷 채팅사이트인 S사이트. 20세 여성이라는 프로필로 들어간 뒤 '대구 커플입니다. 2대1 (성관계) 가능하신 분만 입장'이라는 제목이 걸린 채팅방에 입장했다. 그러자 부산에 산다는 20대 초반 남성이 들어와 '어떤 걸 원해', '페이 얼마'등의 말로 30분 동안 성매매 흥정을 벌였다. 이 남성은 "나를 비롯해 복수의 여성과 함께 성행위를 하면 2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까지 했다. 김씨는 이후 7, 8일 세 차례에 걸쳐 자신의 얼굴과 여자친구 사진까지 전송하며 성매매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했던 '올드 채팅사이트'는 10여개에 달한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열풍에 밀려나는 듯 하더니 이제는 성매매 알선, 대포통장 거래 등 각종 범죄의 매개체가 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일보 취재진이 지난 4~8일 S, B채팅사이트에 가입, 실태를 확인한 결과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다. 두 채팅사이트에 접속하자 '2대1로 (성관계) 하실 분', '남자끼리 모텔에서 한 잔(동성애)', '주인 없는 통장 15만원에 삽니다' 등의 게시글이 버젓이 올라와 있었다. 하지만 주의 조치나 금칙어 지정 같은 필터링 장치는 찾기 힘들었다.
S사이트의 경우 여러 제목의 채팅방 4,000여개에 2만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접속해 있었다. S사이트는 4,800원만 지불하면 자신의 전화번호 대신 다른 번호가 뜨게 해 불법 성매매에 이용될 소지가 다분한 '1회용 전화번호 구입권'도 팔고 있었다.
B사이트는 주민등록번호 인증을 거친 뒤 연령대를 나눠 채팅방 입장을 허락하고, 성인이 청소년 채널에 입장 못하게 하는 이용자 주의사항도 게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직접 채팅방에 들어가보니 실상은 달랐다. 1,200여명이 접속해 있는 500여 채팅방의 제목이 노골적이기는 S사이트와 대동소이했다.
또 주민등록번호를 속여서 접속할 경우 청소년 접근 금지 장치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실제로 지난달 한 대학생이 한 채팅사이트를 통해 여중생 박모(14)양을 자신의 원룸으로 불러 성폭행하고 성매매를 50여차례나 알선하다 검거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경찰청은 최근 3개월 간 성매매 특별 단속을 벌여 성매매 알선 인터넷사이트 3,463개를 적발, 폐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1세대 채팅사이트는 경찰의 단속망에서 벗어나 지금도 버젓이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경찰대 표창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외국에서는 형사들이 미성년자로 가장해 범인을 잡지만 우리나라는 함정수사가 어렵고 인권 침해 논란이 있어 실질적인 규제 수단이 마땅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S사이트 관계자는 "주민번호 도용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모니터링 요원이 감시하면서 금칙어 리스트를 확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사이트 관계자는 "채팅 용어나 은어들이 계속 생겨나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고 대답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채팅사이트들이 원래 목적과 달리 악용되고 있으나 현행법상 범죄행위 당사자는 처벌이 가능해도 사이트 폐쇄와 같은 실질적인 제재 조치를 내릴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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