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새벽 6시30분. 검찰 최정예 화력을 자랑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중희) 수사팀이 서울 서린동 SK그룹 본사와 을지로2가의 SK텔레콤, 성남시 SK C&C 등 SK 주요 계열사에 일제히 들이닥쳤다.
직원들이 출근하기 직전 막강 정보력을 자랑하는 재계 서열 3위 대기업의 허를 찌른 검찰의 기습이었다. 이날 압수수색에는 30여명의 수사관뿐만 아니라 이례적으로 특수1부 검사 5명 전원이 현장에 투입됐다. 저녁 7시30분까지 13시간 가까이 사무실을 샅샅이 뒤진 고강도 압수수색이었다. 비록 법원에서 기각되기는 했지만, 검찰은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자택에 대해서도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 의지를 드러냈다.
압수수색이 진행된 이날 SK그룹 계열사 주가는 일제히 동반 하락했다. 일부 직원들은 8년 전인 2003년 SK분식회계 사건 당시의 악몽을 떠올렸다. 해외 출장 중인 최 회장도 압수수색 소식을 듣고 이날 전용기 편으로 급거 귀국해 시내 모처에서 대책을 논의했다. SK 직원들은 "올 것이 왔다"며 한숨을 내쉰 반면, 검찰은 "이제 때가 됐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검찰이 최 회장의 5,000억원대 선물투자 관련 의혹에 대한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특히 전격적인 압수수색은 검찰이 최 회장이 SK그룹 계열사 자금을 선물투자에 동원한 정황(본보 11월8일자 1면)을 포착, 내사를 공개수사로 전환했음을 의미한다. 검찰이 재계 서열 3위의 재벌 오너를 향해 칼끝을 겨눔에 따라 다른 대기업들도 사정한파가 몰아치지 않을까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날 압수수색 대상이 된 곳은 SK홀딩스, SK텔레콤, SK C&C, SK가스, SK E&S 등 그룹 핵심 계열사가 대부분 포함됐다.
검찰은 SK그룹의 위장계열사로 의심 받는 창업투자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와 이 회사 대표 김준홍(46)씨의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베넥스가 SK계열사 자금이 최 회장의 선물투자로 이어지는 중간다리 역할을 했다고 보고 조만간 김씨를 소환할 방침이다. 검찰은 SK텔레콤과 SK C&C가 베넥스에 출자한 500여억원이 김씨의 차명계좌를 거쳐 무속인 김원홍(50)씨 계좌로 들어가 최 회장의 선물투자에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SK그룹은 그러나 이날 "최 회장이 계열사들의 투자금을 유용하거나 다른 용도로 쓴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한동영)도 이날 이희완 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장의 고액 자문료 수수 불법성을 수사하기 위해 서울지방국세청과 SK텔레콤, SK C&C 등을 압수수색 했다. 이씨는 2006년 6월 퇴직 후 지난해 10월까지 SK그룹 계열사로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매달 5,000여만원씩 30여억원을 받았다. 검찰은 이 돈이 조사2국장 재직 당시 SK그룹의 세무조사를 무마해 주고 퇴직 후 받은 뇌물일 가능성을 의심해왔다. 이씨는 지난달 김영택 김영편입학원 회장에게서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받고 3억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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