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주주 자격을 상실한 론스타에 대한 금융당국의 외환은행 지분 매각명령이 임박하면서 막판 기싸움이 한창이다. 외환은행 노조는 8일 하루 파업을 벌이며 론스타가 원하는 조건에 지분을 팔지 못하도록 하는 '징벌적 매각명령'을 촉구했고, 반면 론스타는 "매각명령 기한을 최대한(6개월) 길게 달라"는 의견서를 정부에 냈다. 금융당국은 "현행법 상 징벌적 명령이 어렵다"는 쪽에 무게를 두면서도, 론스타의 '먹튀'를 도왔다는 정치적인 압박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과연 징벌적 매각명령이 가능한지, 아니면 조건 없는 매각명령이 유일한 수순인지 쟁점 별로 짚어 봤다.
쟁점1. 법 조항 해석
은행법은 '한도 초과 보유 주주 등이 6개월 이내에 은행 주식을 처분할 것을 명할 수 있다'고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매각 조건을 정해서 명령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은 두고 있지 않은 것이다. 금융당국 내에서 "조건 없는 매각명령만 가능하다"는 주장이 우세한 이유다.
하지만 법의 취지를 고려하면 자구 그대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권영국 변호사는 "처분을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이상, 제재 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범위 내에서 처분의 방법과 내용을 제한하는 것은 권한의 본래적 의미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주식 처분을 명할 수 있다'는 똑같은 방식의 포괄적 권한만 부여하고 있는 옛 증권거래법을 적용해 징벌적 매각명령을 내린 전례가 있다는 점 역시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쟁점 2. 증권거래법 vs 은행법
과거 증권거래법을 적용해 징벌적 매각명령을 내린 사례는 ▦2004년 KCC가 5%룰(5% 이상 지분 보유 시 신고 의무)을 어기고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취득한 사건 ▦2008년 디엠파트너스가 투자 목적을 허위로 신고한 뒤 한국석유공업 지분을 취득한 사건 등 2건이다. 금융당국은 두 사건 모두 "부정 취득한 지분을 신고대량매매, 시간외매매, 통정매매 등을 제외한 시장 매도 방식을 통해 처분하라"고 조건을 달아 매각명령을 내렸다. 외환은행 노조 등이 론스타에게도 징벌적 매각명령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하지만 증권거래법과 은행법 위반은 내용 자체가 다른 것도 사실이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증권거래법의 5%룰 위반 등은 의도적으로 법을 어기고 주식을 취득한 것인 반면 은행법의 경우 정당하게 주식을 취득한 뒤 대주주 자격을 상실한 것"이라고 말했다. '먹튀' 논란에 대한 국민 정서적인 부분을 분리해서 보자면, 과연 자격 상실에 따른 초과지분 해소에 징벌적 매각명령이 타당한 지는 논란거리일 수밖에 없다.
쟁점 3. 징벌적 매각명령의 실효성
설령 징벌적 매각명령이 가능하다고 해도, 남는 문제는 징벌의 실효성이다. 론스타의 경우 10%를 초과하는 41%만 시장에 내놓는다고 해도 물량이 2억6,000만주 이상에 달한다. 이 엄청난 물량을 6개월 내 장내에서 모두 팔아 치우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다리면 가격이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누가 물량을 받아주겠느냐"며 "이로 인해 주가가 급락한다면 다른 주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현행법에 위배되지 않으면서도 실질적인 징벌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매각 조건'을 모색하는 것이 관건. 론스타의 지분을 신탁 방식으로 이전한 뒤 신탁관리인을 통해 매각토록 하는 방안(전성인 홍익대 교수) 등도 제기되지만, 이 역시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아 보인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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