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만화가 허영만(64)씨가 신작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 (월드김영사 발행) 1, 2권을 동시 출간했다. 12세기 대 제국을 건설한 칭기즈 칸의 일대기를 그린 이번 작품은 1982년 <쇠퉁소> 이후 30년 만에 선보이는 역사만화. 그는 이 작품을 지난 해 9월부터 스포츠 신문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동시 연재 중이다. 쇠퉁소> 말에서>
8일 서울 정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서두에 허 화백은 잠시 망설이다 "박영석 대장 때문에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좋은 일(책 출간)과 나쁜 일이 겹친다"고 말문을 열었다. 허 화백은 2002년 박 대장과 히말라야 K2에 함께 오른 뒤부터 교분을 쌓아왔다. 박 대장의 실종이 전해진 뒤에는 안나푸르나까지 날아갔다. "박 대장과는 4번 등정했어요. 지난 9월 백두산 다녀와서 한 달 지나 소식을 접했죠. 장례(3일) 날에는 정신이 없어 그날 웹 연재를 한 시간 만에 마감했어요."
신작은 첫 구상에서 본격적인 취재까지 10여 년 걸렸다. 내후년까지 12권으로 완간할 계획이니 <식객>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대작이다. "소설가가 될 걸 왜 만화가가 됐나 후회하고 있어요. 전쟁 나면 한 쪽에 2만 명씩 최소 4만 명이 싸우는데 소설은 그냥 '4만 명이 싸웠다'고 쓰면 되잖아요. 만화는 100명 정도는 그려야 해요." 작품과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우스갯소리 같이 풀어 놓는다. 식객>
칭기즈 칸을 택한 것은 인물의 매력 때문이다. "칭기즈 칸이 영웅인 건 사실이지만 때로 비겁한 일도 했죠. 마누라 두고 도망도 가고, 친척이라도 자기 가는 길에 방해되면 처단하고. 인간적이지 못하고 자기중심적이지만 큰 나라를 끌고 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았던 인물이죠."
그 동안 연재 분을 묶은 이번 책은 칭기즈 칸의 어린 시절을 담고 있다. 1권은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부족에게 버림받은 어린 테무진(칭기즈 칸)이 후에 최대 라이벌이 될 자무카와 운명적으로 만나 의형제를 맺기까지, 2권은 가족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형제를 살해한 테무진이 아버지 예수게이의 경쟁자에게 노예로 잡혔다가 탈출해 세력을 키워가는 내용이다.
"역사적 고증과 작가적 상상력을 6대 4의 비율"로 그린 이 작품은 칭기즈 칸을 다룬 기존의 작품들과는 다른 시각도 발견할 수 있다. 자무카가 통상 간사하고 임기응변에 강한 인물로 그려지는데 비해 "너무 간사하면 라이벌 관계에서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어" 허영만 만화에서는 칭기즈 칸보다 더 뛰어난 인물로 등장한다.
이번 작품과 예전 만화의 인물 모습에 차이가 있느냐고 물었다. "과거나 지금이나 만화 주인공은 만화가를 닮게 마련이에요. 차이라면 예전에는 얼굴이 동그란 인물을 주로 그렸는데 요즘 제가 살이 빠져 이번 만화의 얼굴은 핼쑥해졌다는 정도죠."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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