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스타가 문화 권력으로 떠오른 요즘, 10대 청소년은 문화 소비를 넘어 문화 생산의 중심으로 부상했지만 그간 공연계에서 청소년은 소외계층이었다. 교육 효과를 노린 아동극은 많아도 성인으로 가는 길목에서 성장통을 겪는 청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최근 들어 공연계가 청소년극에 주목하고 있다. 이 시대 10대의 삶을 이야기하는 청소년 연극과 뮤지컬이 각각 무대에 오른다.
24일부터 12월 4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소년이 그랬다'는 국립극단이 국립어린이청소년극단 설립을 목표로 청소년 연극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선보이는 작품이다. 지난 5월 출범한 어린이청소년극 연구소 관계자들이 젊은 창작자들과 손을 잡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호주의 청소년극 '더 스톤즈(The Stones)'를 각색했다. 중학생 민재와 상식이 장난 삼아 육교 위에서 아래로 돌을 던졌다가 마침 지나가던 트럭 운전자가 숨지는 사건의 용의자가 된다. 여기에 수사에 나서 소년들과 마주하게 되는 형사 광해와 정도의 의견 충돌이 더해진다. 2명의 배우가 소년과 형사를 모두 소화하는 2인극이다.
연출을 맡은 남인우씨는 "학교생활이라는 소재의 한계에서 벗어나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기 위해 청소년이 알아야 할 우리 사회의 안전망, 그리고 그들의 고민을 다루고자 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청소년 관객의 공감도를 높이기 위해 청소년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이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10대들이 사용하는 비속어도 대사에 과감히 넣었다. 온라인 게임에서 접할 법한 전자음악에 가까운 라이브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했다.
서울 초연 후 내년부터 전국 중ㆍ고교를 찾아가서 공연할 계획이다. (02)3279-2226
11일부터 12월 25일까지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굿모닝 학교'는 극단 학전의 대표 레퍼토리 '모스키토'의 음악을 토대로 만든 청소년 뮤지컬이다. 2009년, 2010년에 공연됐는데, 뮤지컬 '빨래'의 연출가 추민주씨가 새로 극작과 연출을 맡아 2011년 버전으로 선보인다.
'굿모닝 학교' 역시 '우리나라 10대의 삶을 제대로 그려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17세 이상 학생들에게 시범적으로 투표권을 주고 이를 자신들의 잇속을 차리는 데 이용하려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통해 사회를 풍자하면서, 요즘 10대들이 처한 현실을 록음악과 힙합, 발라드, 랩 등의 음악에 녹여냈다. 인터넷에 익숙한 10대들의 직설화법을 반영한 노랫말 작업에는 예술감독인 김민기 극단 학전 대표가 힘을 보탰다. (02)763-8233
잇따른 청소년극의 등장에 공연계의 반응은 고무적이다. 한국 아동ㆍ청소년극의 개척자인 연출가 김우옥씨는 "사회적으로 청소년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는 현실에서 맥이 끊긴 청소년 연극 제작에 국립단체가 뛰어든 일이 반갑다"면서 "청소년극의 개념을 청소년만 보는 공연이 아닌 10대부터 성인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공연으로 설정해야 맥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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