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슈미트 구글 이사회 회장이 "안드로이드의 개방성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밝혔다.
방한 중인 슈미트 의장은 8일 서울 역삼동 구글코리아 본사에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라이선스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단언했다.
애플의 모바일OS인 iOS가 오로지 아이폰에만 탑재되는 폐쇄형인데 비해,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개방형 OS로 유지해왔다. 원하는 스마트폰 회사라면 누구나 무료로 안드로이드를 쓸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언젠가는 구글도 안드로이드 개방정책을 중단하는 것은 아닐지, 유료화하는 것은 아닐지, 특히 안드로이드를 자신들이 인수한 모토로라 스마트폰에만 탑재하는 것은 아닐지 의구심이 제기되어온 터였다.
이에 대해 슈미트 회장은 "모토로라는 독립적으로 운영할 것이며 안드로이드 개방성이 줄어든다든지 타협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파트너십 관계를 지속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기자회견 내내 개방성을 강조하면서 특히 우리나라의 세종대왕을 '개방적 혁신가'로 꼽았다. 주변국과 새로운 무역과 외교 관계를 수립하면서 한국의 영향력을 강화한 데다 해시계, 물시계 등 놀라운 기술 및 기기가 발명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는데, 그 동력이'개방성'이라는 요지다.
슈미트 의장은 한국의 규제정책에 대해선 쓴소리를 마다치 않았다. 슈미트 회장은 "구체적인 사례는 언급할 수 없지만, 개방성에 역행하는 (한국의) 규제환경은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한국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슈미트는 개방성의 장점에 대해 "안드로이드는 오픈소스이자 협력을 위한 플랫폼이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안드로이드의 코드를 사용 및 수정했고 그 덕에 구글이 생각지도 못한 발전된 제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면서 그 공로자로 바로 안드로이드를 쓰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로라, HTC 등을 꼽았다.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가 그의 자서전에서 구글이 애플의 창의성을 훔쳤다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는 "구글은 모두가 인정하는 창의적인 기업이다. 분명한 것은 안드로이드가 아이폰 이전에 시작됐다는 것이다"이라며 우회적으로 부정했다. 잡스에 대해선 "20년 동안 내 친구였고 3년 반동안 나는 애플 이사회 멤버였다. 여전히 슬픔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해선 강하게 비난했다. MS가 국내 제조업체로부터 특허 로열티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 그는 "MS가 안드로이드의 성공을 두려워해 사람들에 사실을 말하지 않고 겁을 주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기자회견 말미에 첨단기술도 결국 인간이 행복하기 위한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2009년 한 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컴퓨터를 끄라"고 했던 슈미트 회장은 이날도 같은 얘기를 했다. "가끔 컴퓨터를 끈 뒤 가족과 저녁을 먹고 아내에게 키스도 하세요. 컴퓨터가 존재하는 이유도 인간의 행복을 위해서이기 때문입니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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