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회화일까, 사진일까. 한국과 중국 두 작가의 사진과 회화를 혼용한 전시가 최근 나란히 개막해 눈길을 끈다.
서울 통의동 갤러리 아트사이트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중국 신예작가 션팡정(25ㆍ沈芳正)의 작품들은 명백한 회화다. 그러나 작업 과정의 상당 부분이 사진 촬영에 할애된다. 션팡정은 그림의 모델이 될 일반인을 섭외해 그들과 컨셉트를 공유한 뒤 촬영 당일 연출가처럼 모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의 의상과 메이크업, 촬영 포즈까지 총괄한다. 메이크업과 사진촬영 스태프는 따로 있지만 촬영 후 유화로 그려내는 일은 오로지 작가의 몫이다.
션팡정은 굳이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이유에 대해 "결과물 못지않게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진이 아닌 회화는 아무리 확대해도 픽셀이 아닌 모필이 그대로 느껴지기 때문"이라며 손맛을 강조한다.
사람부터 과일, 채소, 해골 등의 경쾌한 묘사 속에 그가 담아내는 것은 의외로 인간의 욕망과 자연, 생명이라는 포괄적이고 묵직한 주제다. 여기에 '네가 날 그리는 동안 움직이지 않을게' '세상의 종말이 온다면, 나는 내가 그린 바다 속에 뛰어들겠다''여름은 끝났다' 등의 유머러스하고 시적인 제목이 더해진다. 12월 4일까지. (02) 725-1020
서울 신사동 예화랑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주도양(35)씨는 서양화를 전공한 사진작가 다. 사진을 전시하지만 본인은 '회화'라고 말한다. "붓이나 연필 대신, 현대사회의 가장 일반적인 도구인 카메라를 손에 들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그 과정과 결과물 역시 사뭇 회화적이다. 주씨는 한 장소에서 카메라를 360도 회전시켜 수십 장에서 수백 장의 사진을 촬영한다. 이들 이미지는 원형을 중심으로 편집되는데, 원형 주변에는 자연과 도시의 이미지가 펼쳐진다. 주씨의 이 같은 작업에는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미지 시대' 속 인간의 시야와 인식에 관한 물음이 담겨 있다.
그가 종종 사용하는 검프린트 기법은 그림 같은 효과를 내는 19세기의 전통 인화 방식이다. 수채화 물감과 감광물질을 더한 물에 필름 원판을 붙인 판화지를 담갔다가 말리는 수고를 여러 차례 반복해야 선명한 색을 얻을 수 있다. 어떤 물감을 섞는지에 따라 흑백 사진이 되기도 하고, 컬러 사진이 되기도 한다. 23일까지. (02) 542-5543
이인선 기자 kell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