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 일본 오사카 주재 총영사가 내년 4월 총선 때 고향인 경북 경주에서 출마하기 위해 사표를 내고 최근 귀국했다고 한다. 3월에 부임한 지 8개월 만이다. 외교통상부는 미처 후임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오사카는 도쿄에 이어 일본의 제2 대도시로 재일동포 최대 거주지다. 공관장 자리를 한 시도 비워서는 안 되는 중요 지역인데 그의 돌연한 사임으로 공관 업무의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사적인 이유로 재외 공관 업무에 중대한 차질을 초래한 것은 공직자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처사다. 오랜 공직생활을 한 그의 의식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지 개탄스럽다.
김 총영사의 어이없는 처신으로 이 정부의 인사 난맥상이 다시 한 번 지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는 서울경찰청장이던 2009년 1월 후임 신임 경찰청장으로 지명된 상태에서 발생한'용산 참사' 과잉진압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그런 그를 2년 만에 오사카 총영사에 임명하자 '보은 인사''측근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의 소리가 높았다. 당시 청와대는 그가 오사카 도쿄 등에서 세 번 경무관으로 근무한 일본 전문가인 점 등을 내세워 이 논란을 일축했다. 이런 빚을 지고 총영사에 부임했다면 주어진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해 공관 업무 수행에 매진했어야 마땅했다.
청와대가 그의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경력 관리 차원에서 총영사에 임명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정치활동 가능성이 제기됐던 사람인 만큼 인사검증 과정에서 당연히 총선출마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 걸렀어야 한다. 불미스럽게 공직에서 물러난 뒤 명예 회복과 함께 총선용 경력을 쌓기 위해 공관장 자리를 적극 원했을 가능성도 높다. 그렇다면 총영사 자리를 사적으로 이용했다가 자신의 정치스케줄에 따라 후임을 정할 시간도 주지 않고 내팽개쳤다는 얘기가 된다.
정권 후반 들어 여권과 정부 주변의 인사들이 힘 빠진 대통령을 뒤로 하고 정치적으로 유리한 인연을 찾아 떠나는 행태는 흔하다. 김 총영사의 처신은 이 정권의 레임덕이 본격화했다는 징표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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