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청소년 게임중독을 막기 위해 이달 20일부터 '셧다운제'를 시행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 부처와 게임 업계의 압력에 밀려 본 취지가 흐려진 '누더기 제도가 됐다'는 비판이 높다.
여성부는 8일 "셧다운제의 운영 근거인 청소년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이달 20일부터 시행된다"며 "인터넷게임 제공자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에 대해 오전 0시부터 6시까지 인터넷게임 제공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적용 대상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면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게임'이다. 김성벽 여성부 청소년매체환경과장은 "이런 게임의 경우 중독성과 흥미를 유발하는 요인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리니지'(엔씨소프트), '메이플스토리'(넥슨) 등이다. 셧다운제의 운영은 게임회사에 맡겨 적용시간이 되면 게임이 중단되는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만들도록 했다.
그러나 여성부는 셧다운제를 시행하면서 유예 대상 폭을 대폭 늘려 실효성을 떨어뜨렸다. 일부 플래시게임과 PC패키지게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이용한 게임, 교육ㆍ전시용 게임, 콘솔기기 게임 등이 여기에 속한다.
김 과장은 "비영리 목적으로 제공되고,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게임물은 셧다운제 적용을 2년간 유예했다"며 "내년 11월 19월까지 청소년ㆍ정보통신ㆍ게임ㆍ상담ㆍ관계부처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평가자문단의 평가를 거쳐 적용 여부를 가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스타크래프트1'(블리자드), '디아블로2'(블리자드) 등은 적용이 2년간 유예된다.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이용한 게임도 마찬가지다. 또 'Wii'(닌텐도), '플레이스테이션'(소니), '엑스박스'(마이크로소프트) 등 콘솔기기를 이용한 게임도 구입비 외에 추가 비용이 드는 경우엔 적용이 미뤄진다. 셧다운제의 취지가 인터넷게임 중독예방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스스로 목적을 무너뜨린 시행령을 만든 것이다.
이는 여성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관계부처나 업계의 주장에 휘둘린 결과다. 여성부 관계자는 "문화부에서는 스마트폰 적용을 빼달라는 의견을 전해왔고, 게임업계에서는 태블릿PC, 콘솔기기, 일부 플래시게임 등을 제외해 달라고 강력히 요구했다"며 "이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청소년이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게임을 이용하는 경우 막을 수단이 없다는 점도 셧다운제의 허점이다.
셧다운제 자체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는 '이럴 바에 왜 시행하느냐'며 여성부를 비판한다. 지난 달 셧다운제에 대한 헌법소원을 낸 문화연대의 정소연 대안문화센터팀장은 "게임중독은 얼마나 게임을 이용하느냐의 문제이지 언제 하느냐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스스로 내세우는 시행목적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청소년이 문화를 즐길 권리까지 제한하는 셧다운제가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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