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진영이 논쟁을 벌여온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이 보수 학계의 주장을 대부분 수용하는 내용으로 최종 결정됐다.
8일 교육과학기술부가 확정, 발표한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은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의 발전 등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했다"는 내용과 "4ㆍ19혁명 이후 현재까지 자유민주주의적 발전과정"을 설명하도록 했다. 교육과정에서 '민주주의' 용어가 '자유민주주의'로 바뀐 뒤 집필기준에도 이 원칙이 유지된 것이다. 다만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도 병기됐다. 교과부 김관복 학교지원국장은 "자유민주주의가 기본 원칙으로, 교과서는 이에 충실하게 써야 한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도 자유민주주의와 같은 개념"이라고 못 박았다.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용어도 집필기준에 반영됐다. 진보 역사학자들은 "1948년 유엔 총회 결의는 38선 이남지역에 한정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에 오류가 있다"며 이 부분의 삭제를 요구했었다.
또한 구체적으로 이승만, 박정희 정권을 명시하지 않은 채 "자유민주주의가 장기집권 등에 따른 독재화로 시련을 겪기도 하였으나 이를 극복하였다"고 서술하도록 했다. 지난달 공개된 집필기준 초안(공청회안)에서 '독재'라는 표현이 아예 삭제됐다가 역사학계의 비판이 일자 일부 수용해 수정한 것이다.
교과부는 "우리 헌법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규정해 자유민주주의의 실현을 헌법의 지향 이념으로 삼고 있고, 유엔 총회 결의상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받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므로 관련 내용들을 집필기준에 서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논란 속에 마무리 된 역사교과서 교육과정과 집필기준 개정과정은 학계의 의견 수렴 등 절차를 지키지 않고 보수적 사관을 밀어붙였다는 오점을 남겼다.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에 참여했다 교과부의 교육과정 임의 변경에 항의해 사퇴했던 오수창 서울대 교수는 "교과부가 역사학자 대다수의 의견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집필기준을 확정한 것은 정치적 의도로밖에는 해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함께 확정된 경제 교과서 집필기준도 '기업의 정당한 이윤추구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지 않도록 서술한다'는 친기업적인 내용이 포함됐다. 이전 기준에 있었던 '노동 및 노동자를 폄하하는 표현이 나타나지 않도록 유의한다'는 내용은 삭제됐다.
새 집필기준은 2013년 쓰일 교과서부터 적용된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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