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 수급자는 공짜. 일반 세입자로부터 받은 중개 수수료 3%는 세입자 명의로 사회단체 기부.’
반년 전부터 서울 관악구 신림5동 골목 곳곳에 선행 바이러스를 전파시킨 공인중개사무소 ‘착한 부동산 골목바람’의 경영 원칙이다.
골목바람 직원은 모두 4명. ‘대표일꾼’(사장) 조희재(33)씨와 개업멤버인 황민지(27)씨, 6월과 8월 각각 신입직원으로 채용된 신정은(25), 최종애(32)씨다.
2005년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후 서울 관악구와 경기 부천시 자활시설 등에서 일하던 조씨는 원래 사회복지사였다. 그러다 2009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다. 주거와 사회복지를 결합한 자신만의 복지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서다.“대학 입학 때문에 1998년 전북 전주에서 올라와 월세 13만 원짜리 집을 처음 구했어요. 그러데 비가 세차게 오던 어느 날, 방 지붕이 무너지면서 천장이 뚫린 거에요. 자다가 봉변당했죠. 다음날 주인한테 말했더니 천장만 고쳐줬어요. 물에 젖은 컴퓨터는 못쓰게 됐습니다. 10년 넘게 객지생활만 하며 늘 집 때문에 고민했더니 자연스럽게 그쪽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자격증은 땄지만 막상 용기를 내지 못했던 그에게 뜻을 함께 하자는 친구들이 생겼다. 힘을 얻은 그는 4월 직장동료로 만난 황씨 등과 ‘골목바람’을 차렸다. 이들이 신림동을 택한 것은 원룸에 사는 대학생이나 젊은이들이 많기 때문이다.“주 고객은 20~30대에요. 친구처럼 상담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신씨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성사된 계약은 한 달 평균 20여건 정도. 대부분 소액 계약인 탓에 다른 중개사무소들로부터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도 듣는다. 실제 매달 사무실 월세 90만원 내고, 이런저런 비용 나가면 손해 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가능성을 보고 일을 한다”고 했다. ‘골목바람’을 사람 중심으로 운영하다 보니 단골은 물론 입소문으로 찾아오는 고객들이 점점 늘고 있다.
사람 중심 운영철학은 ‘세입자모임’에서 잘 드러난다. 이들은 세입자가 원하는 집을 찾아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골목바람’을 거쳐간 세입자들과 복날 삼계탕을 먹기도 하고, 서로 집들이를 돕고 함께 반찬도 만든다. ‘골목바람’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바로 옆 건물에 자리 잡은 세입자도 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정말 힘들잖아요. 취업도 잘 안되고 집값도 비싸고. 그냥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고민해주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이들은 요즘 시골빈집찾기 등 수익모델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시골빈집찾기 프로젝트는 도시인들에게 시골의 빈집을 연결해주는 프로그램. 또 매일 오후엔 다큐멘터리 촬영에 바쁘다. 한 다큐멘터리 감독이 집을 구하러 우연히 이곳에 들렀다가 취지에 공감해 이들을 주인공으로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다.
‘골목바람’은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목표는 뚜렷하다. “사람냄새 나는 동네를 만들고 싶어요. 사람들이 모여 따뜻한 인간관계를 만드는 거죠. 그게 바로 지역 공동체 회복입니다. 저희와 함께 하고 싶다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으니 분명 가능할거라 믿어요. 신림동에서 시작된 ‘골목바람’이 다른 지역에서도 꼭 불 것입니다.”
이새하 인턴기자(성균관대 사학4)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