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혼의 복서 조 프레이저가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8일(한국시간) 영면했다. 항년 67세. 6일 간암으로 호스피스 시설에서 진료를 받고 있는 사실이 알려진 지 이틀을 채 넘기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했다.
프레이저는 투병 사실이 알려졌을 당시 이미 손을 쓰기 어려울 정도로 병세가 악화된 상태였다. 그러나 제시 잭슨 목사, 전 헤비급 챔피언 래리 홈즈 등 지인들의 병문안을 끝내 고사했다. 쇠약해진 모습을 보이기 싫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가족들의 설명이다. 마지막까지 챔피언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던 것이다.
1944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가난한 농가에서 12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프레이저는 필라델피아로 이주한 후 본격적인 복서의 길을 걸었다. 필라델피아를 배경으로 제작된 복싱 영화 ‘록키’에서 주인공이 고깃덩이를 샌드백처럼 두들기는 장면과 박물관 계단을 뛰어 오르는 장면은 프레이저의 실제 훈련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것이다.
64년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후 이듬해 프로로 전향, 승승장구하던 그는 71년 3월 뉴욕 메디슨스퀘어가든에서 병역 기피로 인한 징계에서 풀려난 무하마드 알리와 헤비급 통합 세계 타이틀전에서 격돌한다. 15회 알리로부터 다운을 빼앗은 프레이저는 심판 전원 일치 판정승을 거두고 타이틀을 방어하며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이했다. 그러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후 알리와의 두 차례 대결에서 간발의 차이로 졌고 강타자 조지 포먼에게 두 번이나 굴욕적인 KO패를 당했다. 통산 전적은 37전 32승(27KO) 1무 4패, 90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프레이저는 세 차례 맞대결을 전후해 알리의 인신 공격으로 많은 상처를 입었다. 은퇴 후에도 알리에 대한 감정을 숨김 없이 드러냈다. 그러나 프레이저는 죽음을 예감한 듯 ‘세기의 대결’ 40주년을 맞아 올해 열린 한 행사에서 “‘필생의 라이벌’을 용서한다”고 말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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