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일본에서 정부 예산을 지원받거나 집행하는 일선 기관이 혈세를 낭비한 사실이 드러났다. 일본 언론은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정권이 도호쿠(東北) 대지진과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사고 복구를 위한 부흥세 신설, 소비세 인상 등 증세에 앞서 부당집행 예산을 줄이기 위한 내부 단속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 언론들은 회계감사원이 2010년도(2010년 4월1일~2011년 3월31일) 예산운용을 감사한 결과 방만한 사업운영과 부적절한 비용처리 등으로 인한 손실이 4,283억엔(6조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8일 보도했다. 이는 2009년도 1조7,904억엔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다. 부처별로는 국토교통성이 727억엔으로 가장 많았고 경제산업성 661억엔, 재무성 654억엔, 문부과학성 629억엔이었다.
낭비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정부 산하 연구기관이다. 정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는 원자력연구개발기구(JAEA)는 2008, 9년 차세대형 고속증식로 기술 개발을 미쓰비시FBR시스템에 위탁했는데 미쓰비시FBR시스템은 실제 기술개발 업무를 모회사인 미쓰비시중공업에 하청주고도 JAEA측으로부터 하청시 지급한 금액보다 1.5~1.8배 많은 126억엔을 받아냈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2006년 당시 수 차례의 로켓발사 실패로 실추된 대외 이미지 회복을 위해 미 항공우주국(NASA)의 간부에게 홍보활동을 위탁하면서 4년간 3,805만엔을 지급했지만 구체적인 활동 내용은 보고된 바 없다. 이에 비용과다책정 논란이 일자 회계감사원이 관련 자료를 JAXA측에 요구했으나 이미 폐기된 상태였다.
공무원과 교직원들에게 정부 예산은 눈먼 돈에 가까웠다. 2009년 A국에 부임한 B대사는 부임 날짜보다 일주일 가량 앞서 가족과 함께 관저에 입주해놓고도 ‘도착후수당’을 받아냈다. 도착후수당은 재외공관에 직원이 부임할 경우 새 집을 구할 때까지 숙박비 명목으로 받는 것인데 2009, 10년 2년간 지급된 158건 가운데 단 한 건을 제외한 157건이 부정수당이었다. 홋카이도(北海道)현의 교직원 647명은 2006~9년 조합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근무시간 동안 자리를 비우고도 수당을 받아냈으며 오키나와(沖繩)현 교원 200여명은 방학 중에도 수업을 한 것처럼 허위서류를 꾸민 것으로 밝혀졌다.
재단법인 중일경제협회는 허위 출장명령서와 출금전표를 작성, 경제산업성으로부터 매년 300만엔 가량의 보조금을 받아냈다가 적발됐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