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스웨덴 고텐버그 볼보트럭 본사에서 열린 '2011 볼보트럭 연비왕 세계대회'결승전. 17개 나라 3,500여 명이 참가한 예선과 지역 별 결선을 거친 두 선수가 최종 승부를 펼쳤다.
아시아 대표는 한호균(39, 석영개발)씨, 유럽 대표는 엔리케(스페인)씨. 볼보트럭 '유로5 FH460' 트랙터를 타고 8㎞를 18분 안에 달리는 동안, 기름을 덜 쓴 선수가 우승을 차지하는 방식이다. 결과는 한 씨의 압승. 엔리케씨보다 무려 7~8%나 좋은 연비를 냈다.
전날 인근 광산지대에서 열린 덤프트럭(볼보 FMX) 부문 우승자도 한국 대표인 오종근(40, 금강개발)씨였다. 세계에서 기름을 가장 덜 쓰는 트럭운전사에 이름을 올린 한씨와 오씨를 경기 화성의 볼보트럭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났다.
어떻게 해서 연비에 관심을 두게 됐냐고 묻자 두 사람 모두 "트럭 운전기사에게 기름 한 방울은 곧 생존의 문제죠"라고 말했다. 하루 수 백 ㎞를 오가며 생계를 꾸리는 트럭 운전기사에겐 기름 한 방울 아끼는 게 곧 수입을 늘리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였다.
2년 전과 비교해서 트럭에 넣는 경유 값은 ℓ당 300원 이상 오른 상황. 한씨는 "이틀에 한 번 꼴로 40ℓ를 넣고 있으니 2년 전보다 한 달에 120만 원 이상을 기름 값으로 더 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석유공사의 오피넷에 따르면 현재(11월 6일 기준) 주유소 경유 가격은 ℓ당 1,784.26원으로 2년 전의 1,449.03원보다 330원 이상 비싸다.
그러다 보니 다달이 기름 값만 500만원 이상을 써야 하는 트럭 운전기사들은 '기름 한 방울 아끼기'가 일감 따내기만큼이나 중요한 일이 됐다고 한다. 두 사람은 '연비운전'을 하기 때문에 동료 기사들보다 한 달 평균 "120~150만원 정도를 덜 쓴다"고 했다.
오씨는 기름을 아끼는 운전방법에 대해 "속도를 내고 마음껏 달리겠다는 욕심을 억누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에게 유일한 낙은 뻥 뚫린 도로를 질주하는 것이지만 그 욕구가 기름이 줄줄 새 나가는 가장 큰 이유"라며 "급 출발, 급 가속, 급 제동만 안 해도 기름을 엄청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씨는 "기름값이 쌀 때는 다들 빨리 일 다녀와서 또 다른 일을 하거나 좀 더 쉬려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천천히 달리는 내가 '토끼와 거북이'의 거북이처럼 구박을 받았다"며 "하지만 요즈음 많은 트럭운전사들이 제 속도를 지키는 게 남는 것이라는 걸 알고 습관을 바꾸려 한다"고 전했다.
오씨는 자신의 차에 가장 적합한 속도와 운전 방식을 빨리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매일 사무실에 승용차로 출퇴근할 때도 다양한 속도를 내보고 변속 구간도 달리해보면서 연비를 꼼꼼히 체크해 본다"면서 "그렇게 하면서 내 차가 원하는 속도와 변속 구간 같은 것을 몸에 익힌다"고 밝혔다.
볼보트럭의 연비왕 대회는 2007년 볼보트럭 코리아의 국내 행사로 시작했는데, 스웨덴 본사가 "고유가 시대에 가장 적합한 행사"라며 지난해부터 전 세계 대회로 확대했다. 이창하 볼보트럭코리아 상무는 "연비 절감은 트럭운전사에게는 가장 중요한 경쟁력 확보방법"라면서 "좋은 차를 만드는 것 못지 않게 트럭운전자에게 출차 전 의무 교육, 출장 교육 등을 진행하며 기름을 최대한 아낄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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