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쫙 올릴 테니 알아서 하세요!"
저가화장품을 만드는 A업체는 최근 한 소비자에게 100만원 상당의 피해보상을 해줬다. 이 업체의 화장품을 쓴 소비자가 "피부가 뒤집어졌다"며 불만을 제기했기 때문. 회사 차원에서 환불 및 지원품을 제공해주겠다고 했지만, 이 소비자는 회사 출근도 못했다며 정신적 피해 보상까지 요구하는 '생떼'를 썼다. 심지어 인터넷에 글을 올리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결국 회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보상처리를 해줬는데, 알고 보니 그 소비자는 이 회사의 정품이 아닌 증정품(샘플)을 단 한 번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하면서, 이처럼 '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들도 덩달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블랙 컨슈머란 기업을 상대로 구매한 상품에 대해 보상금 등을 요구하며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를 말한다.
어느 기업이든 블랙 컨슈머들은 있기 마련.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국내기업 83%가 블랙 컨슈머들로 인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유독 브랜드샵, 즉 저가 화장품시장에서 블랙 컨슈머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품목도 그렇지만 저가화장품은 소비자 반응 하나하나에 워낙 민감하기 때문에 이를 안 블랙 컨슈머들의 집중적인 공격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가화장품은 TV광고나 이미지보다는 제품의 질로 평가 받는 경우가 많고, 제품을 사용해 본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통해 홍보가 되는 사례가 많다. 그러다 보니 저가화장품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사소한 불만 사항에도 일일이 응대하며 비위를 맞춰 줄 수 밖에 없다는 것. 만약 회사의 대응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인터넷이나 트위터 등에 글을 올리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B업체도 최근 수원에서만 세 곳의 매장에서 비슷한 소비자 불만이 접수됐다. 조사해보니 20대 여대생이 인접한 매장을 돌며 '얼굴에 뭐가 났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환불이나 증정품을 요구했던 것. 이 학생은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학교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올리겠다"고 억지를 부린 것으로 알려졌다. C업체도 한 남자소비자가 '화장품에 문제가 있다'며 지속적인 불만을 제기했고, 업계에 수소문해보니 이 남자는 상습적으로 다른 업체에도 불만을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저가화장품 업계의 두 공룡인 아모레퍼시픽(에뛰드, 이니스프리)과 LG생활건강(더페이스샵) 울타리 안에 있는 화장품 브랜드보다는, 단일브랜드로 매장을 갖고 있는 업체들에 블랙 컨슈머들이 많이 몰린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문제는 블랙 컨슈머라해도 딱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점. 한 업체 관계자는 "나름대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기도 하고 업체끼리 정보를 교류하기도 하지만 정당한 민원과 악의적 민원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고 입소문에 워낙 취약하기 때문에 대응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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