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기적의도서관은 '매일 매일 책 읽어주는 도서관'이다. 개관 이후 하루에 두 번씩 진행해온 책 읽어주는 시간에는 이야기방이 늘 북적북적하다. 이 시간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한다. 오전에는 우리 도서관 철학이 담긴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받은 자원봉사자인 '아이동동 샘물동동' 선생님들이, 오후에는 은빛이야기샘 할머니들이, 방학 때에는 청소년 언니․ 오빠들이 읽어주기도 한다.
그림책 <지옥탕> (손지희 글ㆍ책읽는 곰 발행ㆍ사진)은 아이들이 눈을 반짝거리며 잘 듣는 책 중 하나이다. 엄마와 공중목욕탕을 한번이라도 가 본 아이라면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지옥탕" 경험이 남의 일 같지 않기 때문이다. 지옥탕>
일요일 아침이면 엄마에게 붙들려 목욕탕에 간 아이는 탈의실에서 반 친구를 만나는 창피함을 무릅써야 하고, 뜨겁다고 소리를 지르면 이 정도에 무슨 엄살이냐는 엄마의 지청구를 듣기도 한다. 뜨거운 열탕에 들어가면서 '시원하다'고 하는 어른들의 거짓말을 아이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게다가 살을 한 꺼풀 벗겨내듯 때를 밀어대는 엄마. 그러나 진짜 지옥은, 아이들 손에 때수건이 맡겨지고 엄마의 널따란 등짝을 밀어야하는 거란다. 그 장면에선 아이들이 "헐, 우리 엄마랑 똑같네" 한다. 함께 있는 어른들도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이다. '지옥탕'은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생활 속 이야기라 특히 반갑다.
아이들에게 묻는다. "그런 지옥 같은 목욕탕에 왜 따라가는 거니" 라고. "목욕탕에서 먹는 음료수나 삶은 계란이 맛있어서요", "보송보송한 속옷을 갈아입고 목욕탕 문 밖을 나서면 시원해요"하는 답이 돌아온다. 얘들이 정말 목욕하는 맛을 아는 것 같다. 책장을 덮는 순간, 아이들이 모두 입을 모아 외친다. "근데요, 진짜로 우리 엄마랑 똑같아요!"라고.
▲전남 끝자락의 순천 기적의도서관은 2003년 MBC문화방송을 통해 진행되었던 '기적의도서관 프로젝트' 1호관으로 지어졌다. 본격적인 어린이를 배려한 도서관으로 '새로운 공간 모델',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민관이 함께 운영하는 운영모델'로 자리잡았다. 2008년 별관을 지어 그림책박물관과 작은미술관까지 갖추고 있고 먼 거리의 어린이들을 위해선 새로운 개념의 이동도서관인 '그림책버스 파란달구지'도 운영한다. 공공도서관 6개, 작은도서관 45개를 보유한 인구 27만명의 순천은, 기적의 도서관 개관 이후 모든 시민이 걸어서 10분 도서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도서관의 도시에 한 발짝 더 다가서고 있다.
허순영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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