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침을 열며] 창의성을 향한 보물지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침을 열며] 창의성을 향한 보물지도

입력
2011.11.07 12:00
0 0

몇 년 전부터 아침에 신문을 보며 해와 달이 뜨는 시간과 지는 시간을 살펴본다. 태양을 중심으로 하여 1년에 한 바퀴씩 돌며 하루에 한 번씩 자전하는 지구에서 우물 안 개구리로 살고 있어 외부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귀중한 정보들이 필요해서다. 생각할수록 낮과 밤을 만들고 모든 것에 에너지를 주는 태양이야말로 우리들이 사는 세상의 근원이다.

입시와 실용성에 잠식당한 교육

그 태양이 하늘에 있으면 눈이 부셔서 직접 바라볼 수 없지만, 수평선을 배경으로 한 해돋이와 해넘이는 그 존재를 경이감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탁 트인 바닷가에서 아름다운 낙조를 보고 싶지만 바다와 멀리 있어 학교 뒷산에서 일몰을 즐기곤 한다.

교육에서 중요한 것이 창의성 교육이다. 사전을 보면 새로운 것을 만들거나 발견해내는 능력을 창의성이라고 한다. 가까이 있는 사물은 우리들이 움직이더라도 우리들의 눈이 그 물체를 놓치지 않는다. 반면에 새로운 것에 관계되는 창의성은 추상적 성격이 강해서 그 실체를 주시하기가 어렵다. 이런 사정 때문에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마저도 창의성과 관련하여 잘못된 정보를 가질 수 있다.

창의성 신장을 위해 초등학교에서는 보고 만지는 활동적 표현으로, 중등학교에서는 언어정보를 비롯해서 영상적 표현으로, 대학에서는 수리정보라는 상징적인 표현을 주 탐구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창의성을 위한 우리나라 초등교육은 학부모까지 관심이 대단하여 활발하지만, 중등교육은 입시교육 때문에 그리고 대학교육은 실용성 위주의 교육 때문에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창의성 교육은 학생들이 기존지식의 최첨단 지역에 다다르는 대학생 이후에서 창의적 결실을 얼마만큼 얻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라지는 법이다.

창의성을 위한 고등교육으로 갈수록 탐구의 깊이가 더해지면서 그에 필요한 탐구도구가 절실해진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이런 이치를 실행하는 데에 주저하는 면이 있다. 무엇 때문에 왜 이렇게 되었을까를 생각하던 어느 날, 오솔길 능선을 따라 빠르게 걷고 있을 때에 가까이 있는 산 너머로 지는 태양이 들어왔다. 2분 정도 경과하는 동안 노을에 물든 태양을 품고 있는 지평선 배경들이 보는 위치에 따라 확연하게 변했다. 순간 이 상황이 창의성에 접근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모델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솔길을 따라 걷는 과정이 초등학생이 중고등학생을 거쳐 대학생으로 성장하는 과정으로, 또 걷는 동안에 지는 태양을 품었던 지평선 배경들을 학생들이 배우는 시기에 맞춘 탐구도구의 다양한 표현으로 비유해보았다. 1분 간격으로 태양을 품고 있는 지평선 배경이 달라졌고, 조금 전에 보았던 지평선 배경은 지금 태양이 있는 방향과 큰 차이가 생겼다. 이는 창의성을 구현할 수 있는 대학 이후의 교육에서 활동적, 영상적 표현이 주가 되어서는 안 되고, 상징적인 표현을 통해야 한다는 이치를 무언으로 알려주는 것이었다.

창의성을 향한 모델을 찾는 데에는 지척에 있는 산들이 지평선으로 작용했던 행운도 있었다. 태양이 수평선상에 있으면 중간배경이 너무 멀어 어지간히 이동해도 그 차이를 느끼기가 어렵다. 훌륭한 아이디어를 얻으려면 탐구할 사안의 구조를 밝히는 고된 작업을 우선 거쳐야 한다. 이 전제조건이 이뤄진 후에 세상과 삶을 사색하는 여유시간을 통해 조작과 혁신의 기회를 운이 좋은 경우에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비효율적인 체제 바라 잡아야

우리나라 창의성 교육은 씨를 뿌리는 초중등교육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결실을 거두는 중요한 시기인 대학 이후의 교육이 추진 방향의 잘못으로 인해서 전반적으로는 매우 비효율적인 체제다.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어느 시기에 어떤 탐구도구가 필요한지를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초등학교에서 여유교육을 통해 창의성을 구현하겠다는 주장은 창의성이란 본질을 외면한 관점이다. 창의성은 직접 바라보기 힘든 태양 같은 존재이기에 중간 배경으로 가야 할 방향을 사람들에게 올바르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문권배 상명대 수학교육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