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이 지금보다는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주장이 한나라당에서도 제기됐다. 당 지도부와 쇄신파 일각은 물론이고, 친박계 원로까지 힘을 실은 주장의 구체적 내용은 각자의 정치성향만큼이나 다양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부자들의 세금 부담을 늘리자는 지향점은 공통적이다.
가령 '한국판 버핏세' 주장은 급여소득과 금융소득의 세율 차이로 거액 연봉과 금융소득을 동시에 올리는 부자의 결과적 소득세율이 급여소득자보다 낮을 수 있는 제도적 허점을 메우자는 게 출발점이다. 미국의 거부인 워런 버핏이 "부자인 나보다 직원들의 세율이 높다"고 지적하며 제안한 '부자 증세'주장이 세계적 화제가 된 것에 뿌리를 두었다. 증권ㆍ이자 소득 과세를 지금보다 무겁게 하거나 전체 소득에 대한 최고세율 구간을 신설하자는 주장이다.
현행 소득세 최고세율(35%) 적용 구간인 '과표 8,800만원 이상'을 다시 쪼개 상위 구간 최고 세율을 현행보다 끌어올리자는 주장이 가장 흔히 거론된다. 창당 이래 '부유세 신설'을 주장해 온 민주노동당이 올 들어 전면적 부유세 도입 대신 분야 별로 쪼개어 소득세에 대해 내세운 '최고세율 구간 신설'주장과도 많이 닮았다.
이런 '부자 증세' 주장은 지난해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순자산 30억원 이상 개인과 1조원 이상 법인'을 대상으로 도입을 주장했던 '부유세' 와는 확연히 구별된다. 어디까지나 실현된 이익이 대상이고, 중요한 소득재분배 수단의 하나인 누진세의 취지를 살린 것이어서 무조건적 거부감을 보일 이유가 없다.
여당에서까지 이런 주장이 제기된 것 자체가 조세정책을 둘러싼 세계적 인식과 환경의 급변을 반영한다. 실은 이명박 대통령 정부의 감세 정책이 여당 내부의 반발로 지난 9월 내년의 추가 감세에 제동이 걸렸을 때 이미 확인된 방향 전환이다. 현행 소득세 체계를 특별히 보편적이라고 볼 수 없고, 과세 구간 신설과 최고세율 적용에 따른 세수증대 효과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포퓰리즘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면, 내후년 이후로 시행을 미루자. 그 대신 본격적 논의는 지금 시작해도 결코 이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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