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춘문예 작품모집이 시작됐다. 신춘문예가 병인 것은 분명한 모양이다. 그것도 고질병인 모양이다. 신춘문예 사고를 보는데 내 가슴이 '쿵쿵쿵 쿵'하며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박자처럼 뛴다. 신춘문예 병은 한번 감염이 되면 매년 되풀이되는 무서운 병이다.
코끼리를 타고 바늘귀를 지나가는 것과 같은 당선이란 좁은 문을 통과했든 못했든, 병세의 차이는 마찬가지다. 신춘문예. 그 말에, 가슴이 뛰는 것이다. 신춘문예. 그 말에, 그때부터 찬란한 꿈이 시작되는 것이다. 내년 1월 1일자에 영예의 당선자가 발표될 때까지 그 꿈은 많은 사람에게 유효한 꿈이다.
하지만 신춘문예는 높이를 알 수 없는 빙벽과 같은 것. 당선이라는 등정을 위해서는 거대한 빙벽을 혼자서 고독하게 올라야 한다. 무릇 빙벽의 높이가 신춘문예의 수준이다. 끝을 모르는 수직빙벽을 오르기 위해서는 힘찬 도전의식과 남다른 노력이 있어야 한다. '추락하면 끝이다'는 각오로 한 발 한 발 올라야 한다.
또한 그 길은 정직한 길이어야 한다. '중복투고'라는 여러 개의 자일을 여기 저기 던져놓고 타고 오르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자일이 꼬이는 순간,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피켈로 힘차게 얼음을 찍어 자신의 길을 만들며 신춘문예란 빙벽을 오르는 이여. 도전하는 한, 오르지 못할 빙벽이 어디 있겠는가.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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