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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예술협회 '장님 코끼리 만지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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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예술협회 '장님 코끼리 만지기' 전

입력
2011.11.07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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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 조각 등 시각 예술가는 마땅히 좋은 시력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은 편견이다.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의 후기작 '수련' 연작은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어가던 무렵 그려졌다. 200여점의 방대한 연작이 각기 다른 색채와 형태를 가지게 된 데는 시력의 영향이 적지 않다. '상상은 지식을 넘어선다'는 아인슈타인의 말대로 모네는 시각의 빈자리를 상상력으로 채웠을 테니.

서울 화동 우리들의 눈 갤러리에서 열고 있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 전에는 시각 외의 감각과 상상력으로 채운 크고 작은 코끼리가 가득하다. 시각장애 학생들이 만든 작품 20여점이다.

어떤 아이는 코끼리의 굵은 다리가 인상적이었는지 다리 네 개만 이어 붙였고, 또 다른 아이는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코끼리의 코를 리듬감 있게 표현했다. 태어날 때부터 전혀 볼 수 없는 전맹인 송재선(17·국립서울맹학교)군의 부조는 빼어난 묘사로 눈길을 끈다. 기다란 코와 부채처럼 넓은 귀, 육중한 몸매까지, 손으로 더듬어 상상했을 코끼리의 옆 모습을 사실적으로 재현해낸 솜씨가 놀랍다. 윤준수(13ㆍ강원 명진학교)군의 '우주를 탐험하고 온 코끼리'는 길고 가는 다리, 뿔처럼 위로 솟은 코, 순백의 둥근 몸을 가졌다. 통상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난 참신한 해석은 문자 그대로 '예술'적이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는 잘 알려진 대로 불교 열반경(석가모니 최후의 설법을 기록한 책)에 나오는 우화다. 코끼리 몸의 부분만 만져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장님에 빗대어 인간의 어리석음을 꼬집은 말이지만 한국시각장애인예술협회는 이 우화를 통해 시각장애 학생들의 예술적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학생들은 동물원 수의사에게 코끼리의 생태, 습성 등을 먼저 배운 후 직접 만져보고, 학교로 돌아와 작품을 만들었다.

2009년 인천 혜광학교 33명의 학생들로 시작된 프로젝트는 매년 학교를 달리해 진행 중이다. 올해는 강원 명진학교 학생 19명과 국립서울맹학교 학생 17명이 참여했다.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서양화가 엄정순(한국시각장애인예술협회 대표)씨는 "미술은 오감의 산물이며, 시각은 오감 중 하나일 뿐이다. 성의 있는 설명만으로도 시각장애인은 그림까지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 시각장애인들의 예술활동에의 관심을 호소했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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