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제약사와 의사를 동시에 처벌하는 ‘쌍벌제’ 도입 이후 법원이 처음으로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에게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집행유예 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7부(부장 정효채)는 7일 의약품 도매업체 대표로부터 2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의료법 위반)로 기소된 M병원장 의사 김모(37)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억원을 선고했다. 개정 의료법은 의사가 리베이트를 챙겨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면허 자체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장은 의료행위가 가능하지만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김씨는 의사 면허를 잃게 된다. 벌금형을 받을 경우 최고 12개월의 자격정지 형만 가능하다.
재판부는 “의약계의 오랜 리베이트 관행은 건전한 시장질서를 왜곡하고, 특히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결코 그 사안이 가볍지 않다”며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되는 상황에서 쌍벌죄 도입 취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씨가 종전과 같이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점을 고려하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씨가 초범이고, 리베이트로 받은 경제적 이익을 추징 당한 점,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김씨에게 리베이트를 건넨 혐의(약사법 위반)로 기소된 의약품 도매업체 S사 대표 조모(56)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조씨로부터 1억5,000만원의 리베이트를 수수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기소된 S의료재단 이사장 조모(57)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억5,0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법원 관계자는 “개정 의료법 상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에 대한 최고 형량이 징역 2년 이하인 점에 비추어 보면 의사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집행유예 형을 선고한 것은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다”며 “재판부가 양형 기준에 따라 적정하게 법리적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쌍벌제 시행 이후 첫 판결이라 재판부의 고민이 깊었다”며 “향후 쌍벌제 시행을 인지하고도 적극적으로 리베이트를 받거나, 더 큰 액수의 리베이트를 받는 의사가 기소된다면, 이번 판결을 기준으로 징역형 선고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경 합동수사반은 리베이트 수수 혐의로 일부 의사들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김씨에게 징역 1년에 추징금 2억원을 구형했으며, 조 이사장의 경우 징역 10개월에 추징금 1억5,000만원, S사 대표 조씨에게는 징역 1년을 각각 구형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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