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노숙소녀 살인사건’(본보 5일자 21면) 관련 재판에서 “아무도 사건 현장에 가지 않았다”고 증언해 위증 혐의로 기소된 공범 강모(33ㆍ정신지체2급)씨가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노숙소녀 살인범으로 복역 중인 정모(33)씨에 이어 강씨의 법정 증언에 대해서도 무죄가 선고돼 이들이 진범이 아닐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수원지법 형사항소1부(부장 안호봉)는 노숙소녀 폭행에 가담한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 받은 뒤 위증 혐의로 다시 기소된 강씨에 대해 7일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단,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무면허 운전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벌금은 5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이동경로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찍히지 않았고, 살해 현장에 흔적이 없었을 뿐 아니라 폭행시간과 사망추정 시간도 일치하지 않는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지난달 27일 위증사건으로 기소된 정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같은 법원 제2형사부(부장 이은희)와 똑같은 논리다.
재판부는 “사건 현장에 친구 정씨와 함께 있다 노숙소녀 뺨 2대를 때리고 자리를 떴다”는 강씨 진술에 대해 “피고인이 자포자기 심정으로 자백한 것으로 법정에서 이를 번복한 진술을 위증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강씨는 2008년 10월 상해치사 공범으로 추가 기소된 노숙청소년 4명의 항소심에 증인으로 출석해 “나와 정씨, 10대들은 사건 현장인 수원 A고에 가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노숙청소년들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아내며 혐의를 완전히 벗었다. 검찰은 강씨가 경찰 조사 때의 자백을 번복하자 위증 혐의로 기소해 지난해 11월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고, 강씨는 항소했다.
검찰은 지난주 정씨 위증사건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했고, 강씨 사건에 대해서도 상고가 확실시된다. 만약 대법원에서 항소심 판결이 확정되면 4년6개월 간 복역 중인 정씨는 억울한 옥살이를 한 것이 되고, 검찰과 경찰은 물증 없이 자백에만 의존한 무리한 수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한편, 정씨 변호인은 서울고법이 정씨 상해치사 사건에 대한 재심청구를 기각하자 올해 7월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수원=김창훈기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