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과 창원 LG의 맞대결은 홈∙원정경기를 불문하고 각각 고유의 파란색 유니폼과 빨간색 유니폼을 입는다. 그만큼 프로농구에서 인정하는 ‘전통의 라이벌’. 삼성은 지난 시즌까지 9시즌 연속, LG는 5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이들은 진일보하기 위해 이번 시즌을 앞두고 나란히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다.
그러나 1라운드만 놓고 보면 두 팀의 성적은 재앙에 가깝다. 7일 현재 삼성은 2승8패로 고양 오리온스와 함께 공동 최하위, 3승7패인 LG는 삼성 바로 위인 8위에 머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뾰족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데 있다.
삼성은 포인트가드 이정석이 왼 무릎 인대 파열로 시즌을 마감했다. 시즌 초반 부진한 결정적인 이유다. 신예 이시준과 박대남이 분전하고 있지만 이정석 공백을 메우기에는 힘이 달린다. 가로채기(경기당 4.2개)가 1위 안양 KGC인삼공사(9.9개)에 절반도 못 미친다. 인천 전자랜드로 이적한 강혁의 난 자리가 새삼 커 보인다.
높이 강화를 위해 데려온 피터 존 라모스(222㎝)도 기대와는 달리 전형적인 센터가 아니다. 상대 센터를 끌어낸 뒤 외곽에서 패스를 공급하는 파워포워드 자리에 익숙하다. 당연히 공격 성향이 짙은 이승준과 엇박자를 낼 수밖에 없다. 삼성은 공격리바운드는 전체 8위인 반면 실책은 경기당 16.4개로 10개 팀 가운데 가장 많다.
LG의 추락은 더 심각하다. 베테랑 김진 감독을 영입한 LG는 ‘우승 청부사’ 서장훈(207㎝)과 2006~07시즌 리바운드 1위를 차지했던 올루미데 오예데지(208㎝)까지 데려와 탄탄한 전력를 구축했다. 문태영-서장훈-오예데지로 이어지는 높이는 시즌 전 10개 구단 최고라 평가 받았다.
그러나 스피드가 문제였다. 느린 서장훈과 오예데지를 동시에 코트에 투입하면 LG는 빠른 공수 전환을 이용한 확률 높은 속공을 구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1라운드에서 빠른 농구를 펼치는 부산 KT와 원주 동부에게 대패한 이유다. 외곽에서 서장훈과 문태영의 공격 반경이 겹치고 있는 것도 부진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LG는 결국 오예데지를 내보내고 지난 시즌 득점왕인 애론 헤인즈를 데려오기로 결정했다. 김진 감독은 지난 5일 오리온스전에서 패한 뒤 “국내 선수들의 득점력이 떨어지는 게 가장 큰 걱정”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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