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여야가 임시 거국내각 출범에 합의하면서 극도의 혼란에 휩싸였던 그리스 정국이 안정 국면에 들어섰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와 야당인 신민당의 안토니오 사마라스 당수는 6일(현지시간) 카를로스 파풀리아스 대통령의 중재 아래 2시간 가량 회담한 뒤 새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2차 구제금융안을 비준한 다음 내년 2월 총선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퇴임 의사를 밝힌 파판드레우 총리는 “새 연립정부의 수장을 맡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신민당은 12월 조기 총선 카드를 접었다. 2차 구제금융안 비준 및 이행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여야가 한 발씩 물러난 셈이다. 이에 따라 총리의 국민투표 제안으로 지급이 연기될 뻔 했던 1차 구제금융 6회분(80억유로)도 제때 집행될 가능성이 커졌으며 그리스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어느 정도 걷히게 됐다. 현재 의회(총 300석)에서 사회당이 152석, 신민당이 85석을 각각 차지하고 있어 양당 합의의 거국내각에서 2차 구제금융안이 무난하게 비준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당과 신민당은 총선을 내년 2월 19일 치르는 것에도 합의했다.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재무장관은 “새 연립정부가 민간채권단과 국채교환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은 지난달 26일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민간채권단의 손실률을 21%에서 50%로 높이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회담 후 그리스 대통령실이 “파판드레우 총리와 사마라스 당수가 새 총리와 새 각료 인선을 논의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4개월 동안 거국내각을 이끌 차기 총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언론은 루카스 파파데모스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베니젤로스 재무장관, 사마라스 신민당 당수 등을 유력 후보로 거론하고 있지만 여야가 특정 후보에 합의한 것은 아니다.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가입을 적극 지지했던 파파데모스는 6월 개각 때 재무장관 후보 1순위로 꼽혔지만 “연립정부가 구성되면 내각에 참여하겠다”며 고사했다. 이번 합의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 베니젤로스 재무장관도 새 정부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아테네 일간 토 비마는 파파데모스가 총리, 베니젤로스가 부총리를 각각 맡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그리스는 거국내각 구성 합의로 급한 불은 껐지만 내년도 예산안이 아직 승인받지 못한데다 강도 높은 긴축에 대한 국민 불만이 있어 실질적인 문제 해결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7, 8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재무장관 회의에서 새 그리스 연정에 긴축안 처리를 촉구하는 한편 더 큰 시한폭탄으로 떠오른 이탈리아 문제를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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