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들은 시위를 하지만, 라트비아 국민은 아예 조국을 떠난다.’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는 발트해의 소국 라트비아에 외국으로 떠나는 이민자가 급증하는 것을 꼬집은 말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라트비아 국민이 정부를 향해 직접적인 시위를 하기보다 조용한 이민을 택하고 있다”고 7일 전했다.
라트비아 통계청에 따르면 10년 전에는 250여만명 인구 중 미국과 유럽 등지로 떠나는 이민자가 50여명에 불과했으나 2000년대 들어 급증했다. 2000년 초반 매년 1만6,000명으로 늘어나더니 최근 3년 간 매년 4만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또 예전에는 일자리를 얻기 위해 가족 중 한 명만이 이민을 갔으나 최근에는 교육과 생활여건까지 고려해 가족 전체가 아예 떠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민을 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경기침체로 일자리 잡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라트비아의 실업률은 무려 20%가 넘는다. 라트비아 정부는 전체 공무원의 30%를 해고했고, 남은 공무원들도 월급의 40% 삭감하는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중이다.
미하일 하잔스 이민 전문가는 “올해 경제가 4.5% 성장했는데도 이민자는 줄지 않고 있다”며 “고학력자들도 안정적인 직장과 삶의 질 등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한 이민자는 “라트비아는 젊은이들이 다 떠나고 난 뒤의 노인병원 같다”며 “학교도 텅 비어 있다”고 했다.
2004년 유럽연합(EU)에 가입한 라트비아는 이후 매년 9.3%에 달하는 높은 성장세를 계속했으나, 금융위기 여파로 이듬해 국내총생산(GDP)이 20% 급감하는 등 경기침체에 시달렸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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