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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디스크 품귀/ 세계 최대 생산단지 태국 홍수로… 가격 2배이상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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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디스크 품귀/ 세계 최대 생산단지 태국 홍수로… 가격 2배이상 급등

입력
2011.11.0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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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GB 하드디스크가 얼마에요?" "13만원입니다. 그런데 물건이 없어요."

6일 서울 용산전자상가. 지난달 중순 5만~6만원을 호가하던 500GB 용량의 하드디스크(HDD) 가격이 불과 10여일새 2배 이상 뛰었다. 그마저도 제품이 없다. 이날 용산전자상가와 구의동 테크노마트 등 전문상가에는 가장 많이 팔리는 500GB~1TB 용량의 HDD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대부분 발길을 돌려야 했다. 매장 앞에는 '1인당 1개만 판다'는 안내문을 붙여 놓은 곳도 많았고, 그나마 재고가 없어 못 파는 곳도 많았다.

흔하디 흔한 HDD가 대체 왜 갑자기 품절사태를 빚게 된 걸까.

태국 대홍수의 후폭풍이었다. 태국은 세계 최대의 HDD 생산단지인데, 대홍수로 공장들이 침수됨에 따라 가격급등은 물론 품귀 현상마저 빚고 있는 것이다.

HDD는 각종 IT 기기의 저장장치로 쓰이는 핵심 부품. 윈도 같은 운용체계(OS)가 설치되는 곳이기 때문에, 데스크톱이든 노트북PC든 HDD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HDD 가격은 태국 대홍수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기 시작한 지난달 18일 이후 약 열흘 동안 2배 이상 급등했다. 세계 최대 HDD생산업체인 웨스턴디지털의 '캐비어블루 500GB'제품은 지난달 18일 6만원에서 이달 1일 12만7,000원으로 뛰었다. 같은 기간 씨게이트의 '바라쿠다 500GB' 제품도 5만원에서 11만9,000원으로 올랐다. 삼성전자 '스핀포인트 500GB'는 4만원에서 13만원까지 치솟았다. 웨스턴디지털 국내영업팀 박길선 차장은 "태국 공장이 가동중지 상태여서 국내 총판들에 3주째 HDD를 공급하지 못했다"며 "총판도 재고가 없다 보니 시중에 물건이 동이 나면서 2.5인치 노트북용부터 3.5인치 데스크톱용은 물론 외장 HDD까지 공급가격이 2배나 올랐다"고 설명했다.

태국에 있는 HDD 공장들은 전 세계 HDD시장의 약 4분의 1을 공급한다. 세계 1,2위 생산업체인 미국의 웨스턴디지털과 씨게이트 모두 태국에서 HDD를 만들고 있다. 웨스턴디지털의 경우 침수 피해를 입은 태국 공장 2곳을 폐쇄하고 말레이시아 공장만 가동하고 있어, 공급에 차질을 겪고 있다. HDD의 주요부품인 자기헤드를 만드는 일본의 TDK와 모터를 만드는 일본전산 역시 태국 공장 침수피해가 심각하다. 두 업체는 전세계 물량의 90%를 납품하고 있는데, 태국공장 가동중단으로 제때 부품을 공급하지 못해 태국 아닌 지역의 HDD 생산도 함께 차질을 빚고 있다.

그렇다 보니 PC 가격도 덩달아 뛰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달 초부터 데스크톱과 노트북PC 가격을 3~4% 인상했는데, 삼성전자 관계자는 "HDD 업체들이 공급가격을 올리는 바람에 PC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불똥은 심지어 PC방으로까지 튀고 있다. 특히 겨울방학 대목을 앞두고 대대적 PC교체를 준비하는 PC방은 가격급등과 물량부족의 이중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PC 외에도 HDD가 들어가는 가정용 게임기, 내비게이션 등도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

클라우드 컴퓨팅처럼 대규모 저장장치가 필요한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모 업체 관계자는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서버 수요가 크게 늘었는데 HDD 가격이 올랐고 수량도 부족해 문제"라며 "서비스 가격 인상을 검토하거나 장비 도입 시기 등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IT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HDD 부족 사태는 내년까지 장기화될 전망. 업계 관계자는 "침수된 공장에서 물이 빠지더라도 복구율은 내년 상반기까지 70%, 내년 3분기에도 80~90%에 머물 것"이라며 "생산량이 절대 부족해 가격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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