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안 실정을 모르는 학부모의 교원평가는 형식에 그치기 쉽다. 동료교사의 평가는 온정주의에 치우쳐 서로 높은 점수를 주고받는 현실이다. 반면 학생들의 평가는 교사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 교사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물론 교사들은 학생들의 평가도 인기영합주의로 빠지거나 교사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한다. 경기 고양시의 한 중학교 교사는 "일부 교사들에겐 학생들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쓰는 경우도 있다. 특히 학생지도를 담당하는 교사들은 아이들로부터 최악의 점수를 받아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마음의 상처만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성하고 참고해야 할 점이 많다고 교사들은 말한다. 서울 A중 교사는 "수업 중 모든 학생들에게 신경쓰는 편이라고 자부했는데 몇몇 학생들은 여전히 내가 공부 잘하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수업한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평가결과를 보고 난 뒤론 좀더 많은 아이들과 눈맞추려고 애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경기 B중의 기간제 교사는 "아이들을 위한다고 잔소리를 많이 했는데 아이들은 그걸 감정적으로 대한다고 생각하더라. 섭섭하고 속상했지만 내가 아이들 숨통을 너무 조였나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평가방식도 개선할 점이 있다. 서울의 C중 영어 교사는 "굳이 교원평가의 형식이 아니더라도 매 학기가 끝날 때마다 학생들에게 쪽지를 돌려 좋았던 점, 나빴던 점을 적어내도록 해왔다. 그때는 '팝송 영어 수업이 잘 먹혔다', '단어 시험 끔찍했다'는 식의 자유로운 반응이 있었는데 교원평가의 학생 서술형 평가에는 참고할 만한 내용이 없었다. 서로 교감이 되는 평가가 아닌 감시하는 식의 평가는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지방의 D고 교사는 "교수들도 강의 평가를 받는 시대에 교사라고 평가를 거부할 명분은 없다. 다만 줄세우기식 평가 대신 학생들의 서술형 평가를 늘리고, 이를 세밀하게 구조화해 교사들이 부족한 부분을 실질적으로 보완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관리자인 교장 교감이 냉정한 평가를 해서 승진, 보수와 연계시키는 경우가 많다. 미국은 교사의 학습지도, 대인관계, 의사소통 능력에 대해 교장이 평가하며, 교원평가 결과를 재계약여부, 격려금, 보수, 승진 등의 자료로 활용한다. 일본도 교장, 교감에 의한 평가가 실시되며 우수교사에겐 승진, 승급, 수당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반면 부적격 교사들은 연수 등 자기개선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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