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말 홀로 한국을 찾은 뒤 행방이 묘연해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일본인 여대생 A(21)씨가 일본인 남성과 함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일보 2일자 10면) 하지만 여전히 A씨와 연락이 닿지 않고 실종이 장기화하고 있어 우려는 여전하다.
경찰청 관계자는 6일 "A씨가 지난 9월 26일 홀로 한국을 재방문하기 직전 일본에서 한국으로 건 전화번호를 특정해 추적했다"며 "최근 압수수색영장을 통해 통신사에 조회 의뢰한 결과 휴대폰의 주인은 일본인 남성 B씨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남성이 A씨 일행의 9월 19~21일 첫 한국 방문 당시 택시기사와 시비가 붙었을 때 '유창한 일본어 실력'으로 도움을 준 인물로 보고 있다.
실제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지난달 14일 딸 실종 신고를 위해 한국을 찾은 A씨 모친으로부터 "딸이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일본으로 돌아가기 직전 시비 때 도움을 준 그 남성을 커피숍에서 다시 따로 만났고, 남성이 준 선물을 받아왔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또 서울 부산 대구 등지서 확인된 폐쇄회로(CC)TV에서 A씨가 억지로 끌려 다니지는 않는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이에 따라 A씨는 해외여행 중에 만난 B씨와 함께 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찰 관계자는 "납치나 실종 사건에서 흔히 나타나는 대규모 현금 인출이나 카드 사용 흔적도 없어 범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여전히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 애정 도피로 보기에는 연락 두절 기간이 너무 긴 탓이다. 경찰 관계자는 "첫눈에 반했다 하더라도 1주일이나 열흘 정도면 이성을 되찾고 가족에게 연락하는 게 보통"이라며 "40여일간 집에 연락도 않고 있는 것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추적의 유일한 끈이던 A씨의 신용카드 한도가 바닥난 것도 경찰 수사를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경찰은 그 동안 A씨 카드 사용 내역을 추적, 사용 지점 인근의 CCTV를 통해 A씨의 신변 안전 여부를 확인해왔지만 더 이상 어렵게 됐다는 뜻이다. 경찰 관계자는 "B씨는 최근 선불폰을 개설했다가 3일만에 해지하는 등 추적을 피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며 "카드나 휴대폰도 외국계 회사 것이고 이들이 같은 동양계 외국인이라 눈에 잘 띄지 않아 찾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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