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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문학상 예심 결과/ "역동적 문단 흐름 반갑지만 독한 소재·과격한 형식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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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문학상 예심 결과/ "역동적 문단 흐름 반갑지만 독한 소재·과격한 형식은 우려"

입력
2011.11.06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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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의 판도가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숨가쁘게 변하고 있다."

제44회 한국일보문학상 예심을 맡은 문학평론가 신수정(46ㆍ명지대 교수), 백지연(41ㆍ창비 편집위원), 이명원(41ㆍ실천문학 편집주간)씨가 올해 심사를 보며 한결 같이 내놓은 목소리다.

2010년 10월부터 2011년 9월까지 국내 주요 문예지에 발표된 중단편 소설과 단행본으로 출간된 장편소설을 검토한 이들은 1일 예심 회의를 갖고 5편의 본심 후보작을 골랐다.

심사위원들은 올해 문학 작품의 전반적 경향으로 "세대 교체가 빠르게 이뤄지는 한편, 다양한 서사적 실험이 왕성하게 시도됐다"고 평했다. 1970년대 중반에서 80년대생 작가까지 문단 전면에 진출해 왕성한 작품을 내놓으며 서사적 실험을 선도했다는 것이다. 신수정 교수는 "1~2년 정도만 문단을 떠나 있어도 문단의 흐름을 읽기 어려울 만큼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며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역동적이다"고 말했다. 이명원씨는 "젊은 작가들이 메타픽션, 에세이소설 등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을 실험하면서 미학적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백지연씨도 "장르문학의 요소들이 서로 침투하면서 장르혼합적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경장편 소설도 등장해 장편소설과 단편소설의 구별도 파괴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소재와 형식을 찾는 작가들의 서사적 모험의 강도가 강해지는 것은 그만큼 내부 갱신을 통해 소설의 힘을 되찾으려는 욕구가 크다는 뜻이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그 모험이 문학의 거듭남을 위해서라면 환영하지만, 독하고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등단의 문호는 넓어진 반면 문학 시장은 날로 위축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하기 위해 독한 소재와 과격한 형식을 찾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신 교수는 "'독해야 살아남는다'는 강박에 쫓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삶에 대한 성찰을 담은, 느린 호흡의 고전적 작품이 심심하게 여겨졌지만 지금은 오히려 돋보이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은 이런 진단 속에서 본심에 올릴 후보작으로 장편 2편과 단편 3편을 추려냈다. 최제훈씨의 장편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은 메타 픽션의 경쾌한 서사적 실험이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조해진씨의 장편 <로기완을 만났다> 는 탈북자 문제를 다루면서도 세련된 문체와 몽환적 분위기로 독특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단편으로는 모든 것이 허공으로 떠올라 투명하게 사라지는 종말론적 환상의 세계를 통해서 젊은 세대의 상실감을 아프게 묘파한 김성중씨의 '허공의 아이들', 거리에 대한 단상을 통해서 젊은 세대의 분노와 현실 부정의 감수성을 예민하게 포착한 김사과씨의 '더 나쁜 쪽으로', 부모의 산소 옆에서 주운 돈가방을 두고 형제간이 다투는 세태를 유쾌하게 풍자한 최진영의 '돈가방'이 본심에 올랐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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