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5일 "유엔 기구를 통한 정부 차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류 장관은 이날 뉴욕 시내 유엔사무총장 관저에서 가진 반기문 총장과의 면담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의 중요성을 제기한 반 총장의 제안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류 장관은 반 총장과의 면담 후 "반 총장이 북한의 영유아 영양실태에 대해 걱정하면서 대북 지원이 장기적으로 민족의 불행을 막고 인도적 정의 실현에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반 총장은 "영유아의 영양결핍 문제가 3대째에 이르면 DNA(유전자)가 바뀐다. 이는 통일 시 남측에도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우려한 뒤 "(다만) 남북 간 일반적 관계는 한국 정부가 잘하고 있으니, 그것은 통일부장관님이 하십시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류 장관은 면담에서 "정부는 국제 기구를 통한 의약품, 의료 장비 등 대북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는 문제를 고려하고 있었다"면서 "의약품, 의료 장비를 시작으로 영유아 취약계층에 대한 최소한의 식품 공급을 한국으로 돌아가서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국제 기구를 통한 대북 지원은 2009년까지 이뤄졌지만 남북 관계 경색 등으로 지난해부터 중단돼왔다. 지원이 재개되면 비록 국제 기구를 우회한 간접 지원이지만 민간단체 중심으로 이뤄져 온 대북 인도적 지원에 정부가 사실상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통일부 당국자는 "장관 귀국 이후 대북 지원의 구체적 일정이나 규모를 국제 기구 측과 협의할 것"이라며 "지원이 재개돼도 유연성 확대 차원이고 5•24조치의 기조를 훼손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대북 인도적 지원 창구는 유엔 산하기구인 유엔아동기금(UNICEF)이나 세계보건기구(WHO), 국제백신기구(IVI)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구는 북한의 영유아와 어린이, 임산부 등을 대상으로 의약품, 의료시설 개선, 영양 개선 등을 지원해왔다. 류 장관은 7일 오전 귀국한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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