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주조 과정에서 허브 비율 맞추느라 쏟아 부은 시간과 실패해서 버린 술이 엄청나요. 이제야 고생한 보람을 느낍니다."
지난달 농림수산식품부가 개최한 '2011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에서 허브 향이 가미된 생막걸리 '참동이 허브잎술'로 대상을 차지한 전북 남원시 최봉호(50ㆍ사진) 운봉주조 사장은 개발과정 때 고생한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최 사장이 1988년 대학 졸업 후 부친의 주조공장을 이어받은 이후 막걸리의 인기가 점점 하락해 매출이 뚝뚝 떨어졌다. 심각한 위기를 느꼈던 최 사장은 2006년 마지막 승부수로 허브향이 첨가된 새로운 막걸리 개발을 떠 올렸다. "정부가 2005년 남원의 지리산을 '허브산업특구'로 지정해 생산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허브를 이용해 막걸리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죠."
그는 허브 중에서 솔잎 향이 나는 로즈메리와 쑥 향이 나는 라벤더를 막걸리에 첨가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들고 지역 대학을 돌아다니며 산학연구를 제안했다. 한 대학에서 그의 제안을 채택 1년여 간 연구한 끝에 2008년 시제품이 나왔다. 때 마침 막걸리 붐도 일어나 절호의 기회를 만났다.
그러나 막걸리 맛을 표준화해 안정적인 생산구조를 갖추는 데는 2년이 더 걸렸다. 생산된 허브 막걸리의 향의 강도가 균일하지 못했던 것이다. "막걸리가 겨울엔 발효되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여름엔 짧아 술 맛이 달라 허브를 우려낸 원액을 똑같이 섞어도 맛이 달랐어요.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들 입맛에 맞추는 데 2년 걸렸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참동이 허브잎술'은 일반 막걸리(750㎖ 1병에 900원) 보다 50% 가량 비싼 1,400원에 공급하고 있다. 그래도 허브 막걸리의 인기가 높아 최 사장의 전체 연간 매출도 1억2,000만원(2008년)에서 2억5,000만원(2010년)으로 껑충 뛰었다. 그는 "20, 30대 젊은이들 취향에 잘 맞는 것 같다"며 "특히, 여성들이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의 다음 목표는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막걸리를 제공하는 것. 그래서 '해썹(HACCPㆍ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제도)' 인증을 받으려 컨설팅을 받고 있고, 친환경농법으로 수확한 쌀을 이용할 생각이다. 최 사장은 "친환경 쌀로 막걸리를 주조하면 가격이 올라가는 데 정부가 쌀 수매 시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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