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6일 태국에 거주해 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노수복(사진) 할머니가 4일 오후(현지시각) 태국 핫야이의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향년 90세.
1921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노 할머니는 42년 부산 영도다리 근처 우물가에서 빨래를 하다 강제로 연행돼 싱가포르 태국 등지에서 3년 여간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다. 그는 45년 일본군이 패전하면서 태국의 유엔군 포로수용소에 수용됐으나 탈출해 말레이시아로 도망해 가정부 생활을 했다. 이후 태국으로 돌아온 노 할머니는 음식점 종업원으로 일하다 중국계 태국인 첸 차오(91년 사망)씨를 만나 결혼했다. 하지만 위안부 후유증으로 자녀는 갖지 못했고 남편의 두 번째 부인의 자녀들과 함께 생활해왔다.
가족을 만나기 위해 타향살이 42년 만인 84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노 할머니는 이후 91년과 올해 8월에도 고국을 찾았다. 평생을 이국 땅에서 살았지만 고국에서 나눔의 정신을 펼쳐왔다. 93년 한국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한 노 할머니는 정부 지원금을 모아뒀다가 매년 광복절마다 참전용사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줬다. 태국 방콕에서 한인국제학교를 건립할 때도 사재를 기부했다. 지난 8월 제10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 참석차 한국에 왔을 때엔 생활비를 아껴 모은 5만 바트(약 180만원)를 '일본 지진피해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사람들-몽당연필'에 보냈다.
노 할머니를 포함해 올해에만 14명의 위안부 피해자가 타계, 5일 현재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65명뿐이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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