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섬나라여서 유럽 대륙을 이해하지 못한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발언에 영국이 발칵 뒤집혔다.
발단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폐막 직후 기자회견을 할 때 영국 BBC방송 뉴스나잇의 경제부문 편집자 폴 메이슨으로부터 “(사르코지) 당신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함께 이탈리아와 그리스의 정권을 교체하려 했다”며 “그리스에 국민투표를 못하게 하고 연립정부를 구성하라고 압박한 것이 옳은가”라고 물은 것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발끈하며 “우리는 그리스 정권을 교체하려 한 적이 없다”며 “당신은 섬나라에서 와서 유럽 건설의 미묘한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자 영국에서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6일자 사설에서 “형편 없는 사르코지”라고 날을 세웠다. 영국 보수당의 필립 데이비스 의원은 “사르코지는 오직 우리 돈을 가져가는 데만 관심이 있다”며 “새로운 샤를르 드골처럼 행동하는 그는 유럽에서 영국을 배제하려는 또 다른 프랑스 지도자”라고 비판했다. 드골 전 대통령은 1963년 영국의 유럽경제공동체(EEC) 가입에 거부권을 행사했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앞서 10월 23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에게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을 비판하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이 짜증난다”며 “입 좀 다물라”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영국이 더 발끈하는 것은 EU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영국의 고립이 심해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EU 내 영향력을 높이면서 재정위기를 계기로 EU의 재정통합을 시도하고 금융거래세(일명 로빈후드세)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유럽의 금융 중심 국가인데다 금융산업의 비중이 큰 영국은 독일, 프랑스의 뜻대로 금융거래세가 도입되면 피해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막을 현실적 방법이 없다. EU의 투표수는 유로존이 비유로존보다 더 많은데 영국은 비유로존에 속하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현재의 의사결정 구조에서는 영국이 EU에서 영구적으로 영향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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