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가까이 지속된 월가 시위로 반(反) 은행 정서가 확산되고 일부 대형은행이 수수료 인상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에서 은행 대신 신용조합을 찾는 발걸음이 부쩍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신용조합협회 자료를 인용해 지난달 전국의 신용조합이 유치한 신규 고객이 65만명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1년간 새로 신용조합을 찾은 고객 수 60만명을 뛰어 넘은 규모다. 지난달 한 달 동안만 신용조합으로 흘러 들어온 현금은 45억 달러에 이른다.
이 중 상당수가 은행 대신 신용조합을 주거래 금융기관으로 변경한 것인데, 고객이 은행에 등을 돌린 결정적 계기는 9월 29일 실적 악화에 시달리던 미국 최대규모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직불카드 사용에 월 5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부터다. 웰스파고,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등 다른 대형은행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했다. 그러나 임직원에게 거액의 보너스를 주는 등 서민의 눈높이와 동떨어진 돈잔치를 해 온 은행이 그 부담을 고스란히 고객들에게 전가하려 한다는 비판 여론이 확산됐고 일부 시민단체가 은행 계좌를 신용조합 계좌로 전환하자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반대여론에 부딪힌 은행들은 결국 수수료 인상계획을 포기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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