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신임투표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가운데, 그리스 여야간 거국 연립내각 구성을 위한 협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파판드레우 총리가 6일(이하 현지시간) 연정 구성을 마무리 지은 뒤 총리직에서 사퇴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그의 거취가 주목된다.
그리스 의회는 5일 새벽 파판드레우 내각 신임 투표안을 찬성 153표로 가결했다. 근소하게 과반을 넘긴 것인데, 애초 상당수 이탈표가 나올 것이라 예상한 여당(사회당)이 막판에 결집하면서 파판드레우 총리가 힘겹게 신임을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신임투표 뒤 "우리가 한 약속(유로존 구제금융안)을 지키기 위해서는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구제금융안 처리를 위한 4개월 시한의 거국 연정 구성을 제의했다.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 전체에 구제금융의 찬반 여부를 묻겠다는 원래 계획을 철회하고 초당적 합의를 얻는 간접 방식으로 국민의 뜻을 확인하겠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파판드레우 정부에서는 어떤 자리도 차지하지 않겠다며 연정 참여를 거절했던 안토니오 사마라스 신민당수가 6일 카를로스 파풀리아스 대통령과 회담 후 기자들에게 "나는 파판드레우 총리가 퇴진한다면 도울 준비가 돼 있다"며 "그러면 모든 것이 제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연정 구성에 대한 협력 조건으로 총리 퇴진과 조기 총선 두 가지를 요구해 온 기존의 입장에 비하면 한 발 물러선 것이어서 거국 연정 구성 협상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이날 오전 정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이날 각료회의가 파판드레우 총리의 마지막 회의가 될 것"이며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재무장관이 7일 예정된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 그리스를 대표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베니젤로스 재무장관은 총리 사퇴 이후에도 장관직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의 다음 총리 후보로는 페트로 몰리비아티스 전 그리스 외무장관과 루카스 파파데모스 전 그리스 중앙은행장이 포함됐다고 CNN은 그리스 국영TV를 인용해 보도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새로 구성되는 연립정부는 약 4개월간 유지되며 2012년 초에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일리아스 모질리아스 사회당 대변인도 국영TV에 나와 "오늘 연정을 위한 협의를 이끌어 내야 하고, 새 총리의 이름이 7일까지는 발표돼야 한다"며 총리 교체를 기정 사실화 했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이미"연정 협상 타결을 위해 필요하다면 총리직을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여당인 사회당이 총리 사퇴 카드를 야당인 신민당의 조기총선 요구 철회나 유보 결정과 맞바꾸는데 성공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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