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성 김(51ㆍ사진) 주한 미국대사가 “동포로서 이보다 더한 영광은 없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국 부임에 앞서 4일 워싱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 대사는 “내가 태어나고 처음 사랑한 나라에 대사로 돌아가는 것은 크나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대사로서 고국인 한국에 가는 것은 미국 대통령을 대신해 미국 정부의 견해를 주창하기 위해서”라는 공인의 입장도 분명히 했다.
김 대사는 이 자리에서 “한미관계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며 “미국 국익을 옹호하는 것이 한국의 국익에 반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 관계가 주변적 문제에서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핵심적인 이익은 서로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양국 이해의 충돌로 한국계 미국인인 자신이 딜레마에 빠질 일은 없다고 그는 단정지었다.
김 대사는 최상으로 평가되는 현재의 한미동맹이 양국 정상의 친분에 크게 기인한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양국 관계는 두 정상의 친분에만 의존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하며, 공통의 이해와 과제가 있다”면서 “내년 양국 대선에서 누가 정상이 되든 함께 일할 부분이 많다”고 부연했다.
한국계 첫 대사인 그를 향한 한국민의 기대감에 대해선 부담이 커 보였다. 그는 “예단하지 달고, 있는 대로 천천히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동포라서 한국 입장을 더 잘 이해할 것’ 또는 ‘모든 상황에서 한국어로 말할 것’이라는 식의 생각은 성급한 기대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한국어에 남다른 애정을 표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이민 온 교민이라 믿기 힘들 만큼 한국어에 능통한 그는 “공식 대화를 할 정도로 잘하지 못하지만 한국어를 최대한 자주 쓰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대사로 임명되면서, 고등학교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이 한국어를 배울 기회가 생겨 다행이고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기자회견 전날 선서식에서 선친을 떠올리며 눈물을 뿌렸던 김 대사는 어머니에 대해 “술자리 걱정, 밥 걱정을 하시는 전형적인 ‘코리안 맘’”이라며 “6월 대사 임명 이후 너무 행복해서 눈물을 계속 흘리셨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상원 인준 과정의 진통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인지 행동거지에서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도 처음에는 전례에 어긋난다며 피하려 하다가, 10여명이 둘러 앉을 수 있는 국무부의 작은 회의실에서 약식으로 진행됐다.
김 대사는 10일 가족과 함께 서울에 도착하며 두 딸과 부인은 학기 문제로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연말까지 체류할 예정이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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