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저가 캐주얼 의류업체인 유니클로가 세계 곳곳에 대형 매장을 설립하며 무한 확장하고 있다. 지난달 뉴욕 명품거리인 5번가에 뉴역 역사상 최대 규모인 15년간 3억달러라는 임대료를 내고 초대형 매장을 개설한 데 이어 이달 11일 지하철 4호선 명동 역 앞에 아시아 최대 매장을 연다. 명동에는 이미 두 곳의 매장이 있지만 이와 별개로 대규모 플래그십 스토어를 여는 것.
세계 경제가 장기 불황에 들어가면서 유니클로와 자라, H&M 등 SPA 브랜드, 즉 생산ㆍ유통ㆍ판매를 일괄체제로 운영하는 글로벌 의류 브랜드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그중에서 유니클로는 세계는 물론 국내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SPA 브랜드로 꼽힌다. 2005년 국내 진출해 2006년에 300억원 매출을 올린 유니클로는 지난해 12배인 매출 3,600억원을 달성했다.
유니클로의 급성장은 견고한 브랜드 이미지로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확보한 것이 주효했다. 1만원대 티셔츠, 9만원대 다운재킷 등 초저가 제품을 팔면서도 젊은이들 사이에 '싸구려'가 아닌 '품질 좋고 쿨하다'는 이미지를 구축한 비결은 무엇일까. 유니클로 마케팅팀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해 봤다.
패션이 아니라 기본을 판다
SPA 브랜드의 대명사인 자라, H&M 등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로 불린다. 계절마다 유행하는 스타일을 재빨리 상품화하기 때문. 제작에서 판매까지 불과 2주에 끝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품질은 뒷전이다. 유행이 지나가기 전까지 한 철만 입고 버리는 경우도 많기 때문.
반면 유니클로는 가장 기본이 되는 캐주얼 아이템을 판다. 매년 계절마다 히트텍, 플리스 등 주력 상품을 선보이지만, 한번 입고 버리는 유행을 타는 제품이 아니어서 다음해 같은 계절에 다시 등장한다. 따라서 미리 품질 좋은 제품을 계획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유니클로의 국내 합작법인인 FRL코리아의 김태우 마케팅팀 매니저는 "소재 등 품질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한 제품을 만드는 데 5개월 이상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싸지만 싸구려가 아니다'는 이미지가 형성됐다. 이성호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정확히 찾아내고, 철저히 계획된 생산과 판매를 통해 재고가 전혀 없도록 수급을 조절하는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브랜드가 아닌 옷을 판다
유니클로의 옷에는 웬만한 브랜드 옷에 붙어 있는 로고가 없다.의류업계에서는 "싼 옷을 샀다는 점을 티 내지 않기 위해서"라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유니클로는 "브랜드를 앞세우지 않고 옷 자체에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을 위한 옷(made for all)'이라는 슬로건과도 관련 있다. 브랜드가 강조되면 그 브랜드가 집중하는 주된 연령층으로 고객이 한정된다. 하지만 브랜드가 드러나지 않으면 누구든지 마음에 들면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다. 그래서 유니클로 고객들은 바구니를 들고 같은 디자인의 티셔츠나 니트 등을 색상 별로 여러 벌씩 산다.
로고가 없어서 다른 브랜드 옷과 같이 입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창업자인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부품으로서 옷"을 강조해 왔다. 유니클로의 기본 티셔츠나 바지에 다른 브랜드의 겉옷을 입거나 반대로 다른 브랜드의 티셔츠나 바지 위에 유니클로의 플리스 재킷을 입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고 잘 어울린다.
로고가 없다고 유니클로 옷에 브랜드 스타일이 드러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철저한 통일성과 일관성을 유지한다. 빨간 바탕에 하얀 글씨의 로고를 만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토 가시와가 매장 장식부터 상품 디자인까지 일관성을 총감독한다.
온라인, SNS 혁신적 활용
최근 대부분의 소비재 관련 기업들이 블로그나 사회관계형서비스(SNS) 등 새로운 소통 채널을 활용한다. 하지만 기껏해야 간단한 행사를 열어 경품을 주거나 다양한 혜택을 미끼로 체험단을 모집해 기업에 호의적인 글을 쓰도록 하는 수준이다.
반면 유니클로는 2007~2009년 전세계 블로거들을 매료시킨 '유니클록' 마케팅을 시작으로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 혁신적 기법을 선보였다. 블로그 한쪽 구석에 설치해 놓으면 시계와 함께 전세계 젊은이들의 다양한 동작을 보여주는 유니클록은 지금까지 전세계 약 7만2,000개 블로그에 설치돼 6억7,000명이 보았고, 칸 광고제 그랑프리도 수상했다.
김병재 상명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유니클로와 비슷한 캐주얼 브랜드인 갭은 '왕년의 스타'라는 고루한 이미지이고 실제로 미국 매출도 줄어들었지만 유니클로는 '트렌디하다' '세련되다'라는 젊은 이미지를 바탕으로 급성장하고 있다"며 "이러한 이미지 구축에는 SNS를 혁신적으로 활용한 젊은이들과의 소통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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