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익 보건복지부 차관이 과거 자신의 상사였던 김종대 전 복지부 기획관리실장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장관급) 임명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확인됐다. 현행 통합건강보험 체제를 반대했던 김 전 실장이 복지부 관료의 후원을 업고 사실상 이사장에 내정됐다는 주장(본보 10월 27일자 12면)의 근거가 드러난 것이다. 김 전 실장은 최종 2명 후보에 포함돼 이명박 대통령의 임명을 앞두고 있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4일 건보공단 이사장에 응모한 7명의 접수과정을 조사한 결과 손 차관이 복지부 부하 공무원을 시켜 김 전 실장의 공모원서를 공단 이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영포회 출신인 현 복지부 차관이 직접 나서서 대리접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노골적인 압력과 특혜이기 때문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임명절차를 취소하고 재공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 차관은 경북 포항 출신으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등 요직을 거쳐 지난 달 17일 복지부 차관으로 임명됐다. 손 차관은 의혹이 제기되자 "사무관 시절 국장으로 모셨던 존경하는 분이고, 다른 일 때문에 식사를 함께 하다가 건보공단 이사장 공모원서를 특송으로 보내려고 가지고 계시길래 예의상 '제가 대신 보내드리겠다'고 봉인된 서류를 받아서 접수시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손 차관은 복지부 출신 배모 건보공단 총무이사에게 서류를 전달했다. 이에 대해 "배 이사에게 전화해서 어디로 접수시키면 되느냐고 물었더니 자기에게 달라고 하기에 그렇게 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또 "나는 서울서 중ㆍ고교를 나왔고 영포회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단 안팎에서는 "손 차관이 김 전 실장을 밀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적임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도 어쩔 수 없이 공단이 추천했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공단 임원추천위원회는 지난 달 20일 김 전 실장과 조동회 전 건보공단 상임감사 2명을 복지부에 추천했다. 임채민 복지부 장관이 두 명을 제청하면, 대통령이 한 명을 골라 최종 임명하는데 사실상 김 전 실장이 내정됐다고 한다.
손 차관은 "임원 추천위원회에 시민단체들도 들어가 있는데 어떻게 압력이 있을 수 있겠나"고 말했다. 그러나 임원 추천위에는 복지부 간부와 복지부가 추천한 외부교수들이 상당수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 관계자는 "임원 추천위원회 참여자로부터 '적임자가 없어서 재공모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우리가 힘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김 전 실장은 경북 예천 출생으로 현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상임자문위원과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1989년 노태우 정권이 건강보험 출범(각종 의료보험조합 통합)에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고, 1999년에도 건강보험 통합에 반대하다 직권 면직됐다. 건보공단 사회보험노조는 "건강보험을 반대하는 인물이 복지부 차관의 특혜를 받고 이사장에 임명된다면 총파업과 업무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김지은기자 lun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