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주당 지도부가 똘똘 뭉쳤다. 특히 노선이 달라 사사건건 갈등을 빚었던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와 야권통합 국면에서 공동전선을 형성해 당안팎의 도전에 대응하고 있다. 한∙유럽연합(EU) FTA 비준안 처리 과정에서 책임 공방을 벌이고 대북정책과 '희망버스' 탑승 문제를 놓고도 신경전을 벌였던 두 사람이 한배를 탄 모양새다. 당내 일부에선 '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얘기도 나온다. 대체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두 사람의 공조는 지난달 31일 손 대표가 여야 원내대표 사이에 합의된 한미 FTA 절충안을 거부하면서 가시화했다. 손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년 총선에 FTA를 내걸고 국민의 뜻을 묻겠다"며 비준안 처리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 최고위원은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라는 독소조항을 걷어내야 한다"며 동조했다. 손 대표와 정 최고위원은 한미 FTA 저지를 위한 야5당 대표 결의대회에 함께 참석하면서 연대를 과시했다.
두 사람의 공조는 야권통합 논의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손 대표는 3일 연내 '민주진보 통합정당' 건설 플랜을 발표한 데 이어 4일 "12월18일 이전에 야권통합 전당대회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통합 전당대회를 전제로 한 통합정당 건설 방안에는 정 최고위원도 이의가 없다. 당권 도전에 나서려는 손 대표의 측근 김부겸 우제창 의원과 정 최고위원 계파 소속인 이종걸 의원 등이 민주당 단독 전당대회를 주장하며 지도부를 비판하고 있는데도 손 대표와 정 최고위원은 '원샷' 통합 전당대회를 통한 야권통합에 주력하고 있다.
'손-정 연대'는 내년 대선에 출마하려는 두 사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 상태가 지속되면 정권교체도 어려울 뿐 아니라 자신들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나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상대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두 사람의 의기투합을 불렀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와 함께 두 사람이 FTA비준안 처리 저지 과정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과의 공조를 강화하는 것도 진보진영까지 포함하는 대통합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안 원장의 경력과 정치 성향은 진보 쪽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 같다.
두 사람은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당 대표 진출을 견제하는 데도 공감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양 측은 이에 대해 "누구를 견제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부인했다. 한 당직자는 "정 최고위원 입장에서는 박 전 원내대표가 민주당 대표가 되는 상황이 최악일 것"이라며 "정 최고위원은 진보진영까지 통합 정당에 합류하면 자신의 입지가 강화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전했다.
손 대표와 정 전 대표의 연대 움직임에 정세균 최고위원도 가세하는 형국이다. 세 사람의 정치적 이해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내에는 지도부의 공조에 대해 "지도부 임기를 일시 연장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