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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점자 창안 박두성 유지 잇는 딸 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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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점자 창안 박두성 유지 잇는 딸 박정희

입력
2011.11.0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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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생가 복원이 마지막 꿈이에요. 하늘나라에서 만나면‘잘 했다’는 칭찬도 듣고 싶고...”

4일 인천 남동구 인천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열린 제85회 점자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박정희(89) 할머니 목소리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자부심이 동시에 녹아 있었다. 한 평생 맹인교육을 위해 힘쓰다 간 그의 아버지는 ‘시각장애인들의 세종대왕’으로 불리는 송암 박두성(1888~1963) 선생이다. 송암은 1910년대 서울맹학교 전신인 제생원 맹아부 교사 재직 당시 일본어 점자밖에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20년부터 사재를 털어 남몰래 한글점자 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6년 만인 26년 11월4일 훈맹정음(訓盲正音)이라 불리는 한글점자를 처음 창안해 반포했다. 정부는 공로를 인정해 92년 은관 문화훈장을 추서했고, 인천시도 강화군이 고향인 선생을 추억하며 99년 남구 학익동에 별도 기념관을 지어 뜻을 기리고 있다.

하지만 박 할머니는 수년째 방치돼 폐가처럼 된 생가와 국립묘지 이장 요청 거절로 현재 야산에 있는 묘지를 보면 안타깝다고 했다. 수많은 시각장애인들은 송암이 태어난 3월 16일(음력)에 묘지를 참배한다. 보다 못해 박 할머니와 ‘송암 박두성 선생 문화사업선양회’는 생가를 복원하고, 생가 터 일대 700㎡를 매입해 묘를 이장한 뒤 묘역 주변을 공원으로 꾸미기로 했다.

서양화가인 박 할머니는 재원 마련을 위해 지난해 3월 초 인천종합문예회관에서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딸 유명애(66)씨와 모녀전을 열기도 했다.

“수 차례 개인전과 자선전에서 얻은 수익금을 점자도서관 건립기금이나 중도 실명자 장학기금으로 내놓았지만, 아버지를 위한 전시회는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할머니는 지금도 동구 화평동 ‘평안 수채화의 집’에서 원생 20~30명을 가르치고 있다. 진흥아트홀 관장을 지낸 딸 유씨는 강원 춘천시에서 복지시설을 운영 중이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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