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식민지배 청산 위한 '분노의 여정'
서승의 동아시아 평화기행 / 서승 지음
한국과 대만, 오키나와는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탄압과 박해를 받았다. 한국과 대만은 직접 지배 체제를 벗어났지만 식민체제의 그림자는 여전히 길다. 냉전에 따른 급속한 세계 체제 개편, 미국의 동아시아로의 세력 확장 등으로 친일파 청산 등 과거 씻기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방 뒤 각기 다른 체제를 구축하면서도 국가 폭력과 이에 따른 후유증을 공유했다는 해석도 뒤따른다. 은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식민지배 청산만이 동아시아의 평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인 재일동포 서승씨는 비전향 장기수로 19년간 한국에서 복역했다. 1971년 재일교포 학원침투 간첩단사건에 연루돼 투옥됐던 그는 고문에 분신으로 저항하다 온 몸에 화상을 입기도 했다.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법학부 교수로 재직하다 정년 퇴임 뒤 특임교수로 일하고 있다. 딱딱한 주제이지만 동아시아 각국을 돌며 느낀 소회들을 섞어 에세이 형식으로 쉽게 풀어냈다. 창비ㆍ352쪽ㆍ1만7,000원.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사춘기 우리 아들·딸… 마음을 여는 방법
10대들의 사생활 / 데이비드 월시 지음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 부모는 두렵다. 착하고 말 잘 듣던 아이가 갑자기 신경질을 부리고 욕설을 내뱉으며 사사건건 반항한다. 윽박지르기라도 했다간 반항의 강도만 높이게 된다. 이럴 때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현명한 걸까.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겸 상담가인 저자는 사춘기 자녀를 둔 모든 부모들이 겪는 이런 어려움에 대해 조언을 던진다.
저자는 우선 10대들의 행동변화 원인을 '뇌과학'과 연결시켜 설명한다. 뇌 활동의 집행관 또는 CEO 역할을 하는 전전두엽 피질이 청소년기를 거치며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성격이 극단적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도 여러 원인 중 하나다. 저자는 이런 분석을 토대로 20년 이상 10대 청소년과 부모들을 상담한 경험을 녹여 의사소통의 기술도 전한다. 어른들이 잘 알지 못하는 10대들의 성생활과 술, 담배 문제, 정신질환 등을 설명하며 10대들과 마음을 터놓고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곽윤정 옮김. 시공사ㆍ380쪽ㆍ1만6,800원.
고경석기자 kave@hk.co.kr
김영희 PD의 남미 여행기, 그리고 쉼표
소금사막 / 김영희 지음
김영희 MBC PD의 남미 여행기. '나는 가수다'에서 물러난 후 60일 간 멕시코시티에서 시작해 파나마시티까지 여행하며 적은 단상에 직접 찍고 그린 사진, 그림을 곁들였다. '나는 가수다' 로고에서 '가'의 ㄱ을 숫자 7로 디자인 한 것도 그의 작품이었을 만큼 뛰어난 그림 솜씨가 책을 한층 맛깔스럽게 한다.
'나가수' 뒷얘기들도 군데군데 담겨있다. 김건모 재도전 논란으로 하차한 상황에 대해서도 그는 "후회하고 또 후회해도, 반성하고 또 반성하면서 조금씩 발전해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라는 긍정론을 펼친다.
책은 여행 경로나 가볼 만한 곳을 소개하는 여행 전문서가 아닌 개인적 감상을 적은 에세이다. 29번이나 비행기를 갈아타며 부지런히 남미 곳곳을 돌았지만, 장소보다는 '지금 이 순간 무엇을 느꼈는가'를 기록했다. 그림 옆에 적은 감상은 짤막하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헐렁한 여백과 따스한 감성이 충만한, 한 템포 쉬어가고 싶을 때 집어 들면 좋을 책이다. 알마ㆍ292쪽ㆍ1만6,500원.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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