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스푼/샘 킨 지음·이충호 옮김/해나무 발행·500쪽·2만원
1930년 영국은 식민지 인도에서 생산한 모든 소금에 세금을 부과하면서 53번 원소인 요오드를 소금에 첨가하라고 권고했다. 미량의 요오드를 소금과 같이 섭취하면 선천성 결함이나 정신질환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금세 정책에 반대한 마하트마 간디는 380㎞를 걷는 '소금행진'을 하면서 요오드를 소금에 첨가하라는 제안까지 내팽겨쳤다. 인도인들은 독립 이후에도 요오드를 섞은 소금을 식민주의 잔재로 여겼다. 그 결과, 인도에선 선천성 결함을 앓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과학저술가 샘 킨이 쓴 <사라진 스푼> 의 소재는 주기율표 속 원소들이다. 하지만 교과서에 박제된 원소가 아니라 인류의 삶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원소가 주인공이다. 저자는 역사, 예술, 경제, 신화, 전쟁, 의학을 넘나들며 각 원소에 얽힌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주기율표에 얽힌 광기와 사랑, 그리고 세계사'라는 부제목이 잘 어울린다. 사라진>
원자번호 81번 탈륨에 얽힌 이야기도 흥미롭다. 탈륨은 몸 안에 흡수되면 이리 저리 돌아다니며 조직을 파괴한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1960년대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던 피델 카스트로의 양말에 이 치명적인 원소가 함유된 파우더를 뿌려 그를 암살하려고 했다. 이 황당한 암살 계획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실행되지 않았다.
독일 화학자 프리츠 하버 이야기는 '악업(惡業)은 메아리같이 따라온다'는 말을 되새기게 한다. 그는 질소 비료를 만든 공로로 1918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지만 1차 세계 대전 때 17번 원소인 염소로 독가스를 개발해 지탄의 대상이 됐다. 하버는 독일에 들어선 나치 정권의 유대인 추방정책에 따라 1934년 영국으로 건너가던 중 숨졌는데, 그가 개발한 살충제 치클론은 나치가 그의 친척을 포함해 유대인 수백만 명을 학살하는데 쓰였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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