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오이밭에 가서는 신발끈 매지 말아주시길…”
역대 대통령들의 별장인 청남대에 이명박 대통령의 이름을 딴 산책길을 조성하겠다는 충청북도의 계획이 논란을 빚자 4일 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10ㆍ26 재보선에서 싸늘한 민심을 확인한 터에 이 대통령 이름을 딴 길을 만들면 여론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우려를 표시한 것이다.
충청북도에 따르면 내년 4월에 착공되는 ‘이명박 대통령길’은 1km 길이의 산길인데, 여기에는 구름다리와 정자 등도 세워진다. 사업비는 8억원 가량이 든다. 청남대에는 역대 대통령 5명의 이름으로 산책길이 지정돼 있지만 현직 대통령의 이름을 딴 길은 처음이다.
이 같은 계획이 알려지자 여당 내부에서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원 최고위원은 이날 트위터에 잇따라 글을 올려 “청남대에 ‘이명박 대통령길’ 조성 공사에 대해 확인해보니 이시종 충북지사(민주당 소속)가 추진하는 것이라고 한다”며 “대통령실은 확실히 제지해서 오해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사업의 추진 주체가 민주당 출신 도지사임을 환기시킨 것이다. 개혁 성향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의 간사인 김세연 의원도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별일 아닌 것처럼 보여도 민심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시정할 수 있는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관광지로 청남대를 활성화하려는 것일 뿐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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