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이화선. 쭉쭉빵빵 몸매만큼 카레이서로도 한가락 하는 연기자다. 그에겐 여자 연예인 최초의 카레이서, F1 코리아 그랑프리 홍보대사 같은 직함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 케이블TV 여성채널 패션N의 '여배우 하우스 2'에서 그의 레이싱복을 공개했다는 사실도 데면데면한 뉴스다. 그러나 그가 보여 줬다는 카레이싱복의 가격만은 다르다. 약 2억5,000만원. 억? 이게 가능한 가격인가! 이게 도대체 뭐 하는 물건인고? 궁금증 백배다. 카레이싱복에 감춰진 비밀을 풀어 본다.
카레이싱복은 불에 견디는 능력이 존립의 근거다. 경기 중 사고가 나면 머신에 불이 붙기 쉬운데 이런 상황에서 화마로부터 카레이서를 지켜 줘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자동차연맹(FIA)도 직접 주관하는 F1 경기 등에 사용되는 카레이싱복에서 내화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 FIA 규정에 따르면 실과 지퍼를 포함해 카레이싱복의 모든 부분은 최대 800도의 화염 속에서 최소 12초를 버텨야 한다. 화산에서 용솟음치는 용암이 700~1,200도라고 하니 용암도 웬만한 것은 이겨낼 수준이다.
카레이싱복은 이를 위해 세상에 존재하는 최고의 방염 소재인 듀폰의 노멕스(Nomex)를 주로 사용한다. 그것도 2~4겹 겹쳐서. 또한 윗옷과 바지가 하나로 붙여 있는 오버올(overall) 형태로 만들어 화염이 침입할 틈을 봉쇄한다. 카레이서들은 속옷도 내화성 소재로 만든 것을 입는다.
카레이싱복의 어깨 부위에는 손을 끼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긴급 상황에서 안전요원들이 머신에서 카레이서를 신속히 끌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또 카레이싱복은 보통 무게가 900g을 넘지 않는다. 머신이 옮기는 무게를 줄여야 속도가 나기 때문이다. 당연히 소재는 무조건 가벼워야 한다. 노멕스는 내화성은 물론 경량성까지 동시에 만족시키는 재료여서 카레이서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다.
그렇다면 카레이싱복의 가격은 얼마일까. 보통 200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화선은 왜 2억5,000만원? 카레이싱복에는 후원사의 광고 패치가 붙어 있다. 이화선의 카레이싱복도 마찬가지. 그가 인기 레이서임을 입증하듯 그의 카레이싱복은 광고 패치로 도배돼 있다시피 하다. 따라서 2억5,000만원이라는 것은 광고 후원금액과 카레이싱복 200만원을 합친 가격으로 이해하면 된다. 사실 유명 카레이서라면 후원 광고가 이화선보다 훨씬 많고 단가도 비싸기 때문에 이렇게 따지면 한 벌 가격이 몇 억 원은 훌쩍 넘어갈 것이다.
카레이싱복은 요즘 쓰임새가 경기용으로 그치지 않는다. 섹시미를 강조하기 위해 패션 아이템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수만 원에서 수십만 원 하는 저렴한 패션용 카레이싱복도 있다.
카레이싱복과 함께 착용하는 헬멧도 최첨단 과학이 녹아 있는 값비싼 물건이다. 카레이싱은 신체가 외부에 노출되는 데다 시속 300㎞ 이상의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충돌이나 전복 사고가 났을 때 카레이서의 머리에 가해지는 충격이 대단하다. 따라서 헬멧은 오토바이 헬멧 등과는 차원이 다른 강력한 내구성과 내충격성이 요구된다. 카레이싱복과 마찬가지로 화재에 대비한 고도의 내화성 역시 필수.
헬멧의 외피는 보통 1만2,000가닥에 이르는 고강도 탄소섬유로 만든다. 탄소섬유 한 가닥의 두께는 사람 머리카락의 15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강철보다 더 단단하다. 헬멧 안쪽 역시 방탄복에 사용되는 아라미드 섬유에 폴리에틸렌, 알루미늄, 마그네슘, 에폭시수지 등을 덧댄다. 덕분에 카레이싱 헬멧은 초속 9.5m의 외부 충격에도 끄떡없다. 또한 800도의 고온에 45초 간 노출돼도 변형이 일어나지 않으며 헬멧의 내부 온도도 70도 이하로 유지된다.
시야 확보를 위한 헬멧 앞쪽 바이저의 내충격성도 대단하다. 강화 플라스틱보다 내구성이 2~3배 뛰어난 폴리카보네이트가 주로 사용된다. 두께 3㎜지만 시속 500㎞로 날아온 물체가 맞아도 2.5㎜ 이상 홈이 파이지 않는다.
헬멧의 가격은 카레이싱복보다 더 비싸다. 수백만원은 기본이고 A급 선수들의 헬멧은 2,000만원대를 호가한다.
이은호 선임기자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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