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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교육장사치 배만 불릴 수 없다

입력
2011.11.0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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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이사로 승진한 동창생이 그 때문에 한동안 우울증에 걸렸다고 했다. 남들은 그렇게 원해도 힘든 1% 이사가 됐는데 웬 우울증이냐고 했더니 "말이 좋아 이사지, 이제부터는 사실상 언제 잘릴지 모르는 파리 목숨이라는 생각이 들어 갑자기 불안해졌다"는 것이 이유였다. 얼마 후 만난 그 친구는 한결 나아져 있었다. 어떻게 극복했느냐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그래, 열심히 일해서 아이들 둘 대학 졸업할 때까지만이라도 어떻게든 붙어 있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둘 등록금만 1년에 2,000만원인데 그게 어디냐."

2년 전 이야기인데 그 사이 이 친구의 두 아이 중 하나는 대학을 졸업했고 하나는 군 복무 중이다. 아이들 대학 등록금 걱정이 그 친구를 우울증에서 빠져 나오게 한 동력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다. 그나마 이 친구는 자녀 대학 등록금이라도 지원해주는 회사에 다니고 있으니 그렇지도 못한 처지에 있는 우리 사회 많은 학부모들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교육비' 미명에 찌드는 국민들

대학재정 운용실태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엊그제 발표됐다. 대학생들이 6월 초 촛불을 들고 반값등록금 투쟁에 나선 때로부터 따지면 5개월여 만이다. 감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한국의 대학이 학생을 볼모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등록금을 받으며 교육장사를 하는 집단이라는 낙인이 찍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감사에서 드러난 대학들의 비리는 요즘 유행어로 '꼼수'도 그런 꼼수가 없다.

35개 대학을 표본으로 한 등록금 감사 결과 이들 대학은 최근 5년간 매년 평균 6,552억원의 교비 예결산 차액을 실제보다 부풀려 등록금 인상 근거로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간단히 말하면 지출은 많이 잡고 수입은 적게 잡는 수법의 회계 조작으로 대학 당 187억원, 신입생 2,480여명(올해 사립대 학생 1명당 평균 등록금 768만 6,000원 기준)의 등록금에 해당하는 돈을 학생들로부터 더 걷어들인 것이다. 감사에서 드러난 대학 이사장 총장 교수 교직원들의 횡령 등 비리에 따른 재정 누수는 제외해도, 이것만으로도 대학들은 최소 15%의 등록금을 더 받았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런 대학들에 등록금 내기 위해 대한민국의 학부모들은 허리가 부러지고, 대학생들은 학업은 뒷전일 수밖에 없이 알바로 학자금대출로 휴학으로 내몰리고 있다. 미국 신문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24일자에 한국의 교육열에 관한 '너무 많은 대졸자들'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틈만 나면 한국의 교육열을 칭찬하는 오바마 대통령 등 미국 지도자들의 생각과는 달리 한국의 교육열이라는 것이 속을 들여다보면 빈 껍데기라는 것이 그 요지다. 자녀 대학 보내기 위해 한국의 학부모는 수입의 평균 16%를 사교육에 쏟아 붓느라 출생률까지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계층간 불평등과 어린이 건강 악화 등 문제가 만연하고 있는데, 막상 대학 공부 어렵게 시켜봤자 대졸자의 40% 이상은 일자리도 못 찾고 있다고 이 신문은 꼬집었다.

하기야 어디 대학 등록금뿐인가, 한국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쓰는 사교육비는 대학 등록금 못지않은 액수다. 워싱턴포스트는 수입의 16%라는 수치를 인용했지만 한국의 평균적 가정이라면 수입의 절반은 자녀 교육비로 날아가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온 국민들이 교육비라는 미명 하에 등록금과 학원비를 사실상 착취 당하며 찌들어가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반값 등록금 해법 다시 찾아보자

반값등록금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는 지난 9월 1조5,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해 등록금 부담을 줄이겠다고 발표했지만 미봉책도 못 된다는 비판만 받았다. 어차피 국민 세금인 재정 지원으로 반값등록금을 해보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반값등록금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데도 그것을 포퓰리즘이라고 역공하는 소리가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대학들의 꼼수가 밝혀진 이상 등록금 자체를 인하하고 대학 운영의 구조조정을 기하는 것이 해법이다. 우리 삶을 언제까지나 교육을 돈벌이로 생각하는 이들한테 저당 잡히고 싶지는 않다.

하종오 편집국 부국장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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