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들 94명에 대한 부당해고 구제신청 재심 판정회의가 열린 4일. 회의를 주재한 중앙노동위원회는 하루 종일 언론을 피하기 위한 웃지못할 소동을 벌였다. 위원회 관계자들은 전날까지도 "내일 아무 회의도 열리지 않는다"고 발뺌을 했다. 4일 오전 회의가 열린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몇 시에, 어느 회의실에서 열리는지'조차 알려줄 수 없다는 응답뿐이었다. 회의 관계자들은 하루종일 전화기를 꺼놓았고 회의 결과는 담당부처인 고용노동부를 통해 오후 늦게야 휴대폰문자로 전달했다.
한진중공업에서 해고된 김진숙씨의 고공 크레인 농성으로 대변되는 한진중 사태가 300일을 넘겨 노사간 막판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회의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위원회의 관심은 어떤 판정을 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언론을 피하느냐인 듯 보였다.
중노위의 언론기피증은 이날만의 일이 아니다. 한진중공업 부당해고건에 관한 심판회의가 열린 지난달 26일. 위원회는 회의장 통로의 출입문을 닫고, 엘리베이터는 회의장이 있는 층을 아예 건너뛰도록 했다. 가까스로 회의장에 들어간 기자들은 몇 분도 안돼 쫓겨나와야 했다.
노동위원회의 회의는 원칙적으로 공개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그러나 노동위원회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아 위원들이 판정을 하는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행정심판의 일부라 공개하기 어렵다. 법원도 모든 재판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이조차 사실이 아니다. 법원은 이혼 소송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든 재판과정을 언론에 공개한다. 위헌소송 같이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사건을 결정하는 헌법재판소도 공개주의 원칙을 지킨다.
한진중공업 해고자 문제는 특정 기업의 노사문제를 넘어선 지 오래다.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 회사가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두고 이날 위원회가 어떤 유권해석을 내릴 것인지, 또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을 내리는지가 구조조정을 앞둔 노동자들의 생존권 보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중요한 준거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부의 눈이 두려워 회의를 꽁꽁 감춰야 할 정도로 자신없는 위원회의 결정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위원회의 결정 자체가 사회적 자산이라는 점을 스스로 인식하기를 기대한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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